[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소싸움 경기는 동물 학대와 세금 낭비 논란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그런데 경기 출전을 위해 등록된 싸움소 상당수가 결국 도축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2년부터 최근 4년간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등록됐다가 말소·취소된 싸움소 453두 중 322두가 '도축'으로 생을 마감한 겁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청도공영사업공사(이하 공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근 4년(2022년~2025년) 동안 소싸움 경기 시행자인 공사에 등록이 취소·말소된 싸움소 453두 중 322두는 도축됐고, 여생을 살다가 자연사(폐사)하는 소는 69마리(15.2%)에 불과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등록이 취소·말소된 싸움소란, 소가 사망하거나 소 주인이 법을 위반해 싸움소 자격을 상실한 소를 말합니다. 소가 싸움소로 등록되는 기간은 평균 6년이었습니다.
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싸움소 10마리 중 자연사하는 '축복'을 누리는 건 1마리뿐이고, 7마리는 죽임을 당하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인간의 유희를 위해 싸우다가 다친 소는 돌봄을 받으며 여생을 보내기보다 대부분 도축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희생하는 소싸움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2023년 경북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소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공사는 소싸움 경기 중 다친 소가 경기일로부터 40일 이내 도축될 경우 소 주인에게 보상금으로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공사 관계자는 보상금 지급과 관련해 "부상으로 싸움소가 못 나오게 되면 수익을 기대하던 우주(소 주인)의 수익이 끊기게 되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한 위로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경기 중 다친 소에 대한 치료비 지원은 없습니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소싸움 경기를 하다가 부상을 당한 소에 대해선 현장에서 봉합이나 지압을 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손 의원은 "최근 4년간 경기 중 다친 소는 36두인데, 이 중 38%인 14두가 도축됐다. 도축된 14마리 중 13마리에 대해선 모두 보상금이 지급됐다"며 "소와 같은 대형 동물은 치료와 보호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소 주인으로선 치료가 길어질수록 비용 문제가 커지니까 빠르게 도축하여 보상금을 받는 게 낫다는 선택을 하게 되는 구조"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사는 '보상금을 받기 위해 가벼운 부상만으로도 소를 도축하는 우주는 없느냐'는 <뉴스토마토>의 질의에 "싸움소를 양성하는 데 몇 년이 걸린다"며 "양성하는 데 걸린 시간, 미래 가치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가벼운 보상만으로) 소를 잡지 않는다. 100만원 받으려고 몇 년간 키운 소를 잡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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