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국가가 군견·경찰견·탐지견 등 국가 봉사동물을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끝까지 돌보는 책임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봉사동물은 국가를 위한 활동 중 다치면서까지 '희생'하지만 제대로 된 지원 제도가 미흡하다는 겁니다. 국가는 봉사동물의 민간 입양을 장려하고 있지만 병원비 지출 등도 민간에 전가되는 상황입니다. 국가가 봉사동물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난 23일 '봉사동물 지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이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포럼은 사단법인 마침표가 주관하고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비롯한 13명의 여야 의원이 공동 주최했습니다. 후원엔 △농림축산식품부 △대한민국 국방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관세청 △소방청 △대한수의사회 △동물복지국회포럼 등이 참여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군견·경찰견·탐지견 등 국가의 활동을 위해 봉사하는 국가 봉사동물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기획됐습니다. 포럼을 주최한 김예지 의원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동물이지만, 은퇴 이후에는 대부분 활동하던 기관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며 "은퇴 후 지원에 관한 제도적 지원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이영 사단법인 마침표 소장도 개회사를 통해 "현재 매년 약 150마리의 은퇴견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은퇴 봉사동물의 민간 입양률은 22%에 그친다"며 "오늘 나누는 논의가 구체적인 입법과 정책으로 이어져 봉사동물이 현역일 때 합당한 대우를 받고, 은퇴 후에도 존중받으며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습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봉사동물 지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에 봉사동물들이 참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가 봉사동물은 약 1100여마리입니다. 봉사동물에는 군견·탐색견·119구조견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엄격한 훈련을 거쳐 △국방부 △농식품부 △관세청 △국토교통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청 등에서 수색·탐지·구조 등의 활동을 합니다.
봉사동물은 뛰어난 능력으로 국가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봉사동물은 활동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부상을 자주 입습니다. 폭발물탐지 훈련 중 복부관통상을 입거나 산악지대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덫에 걸려 다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봉사동물이 희생을 당하고도 행복한 삶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봉사동물은 생애 초기에 사회화와 교육 등을 거친 뒤, 평균 7~8살까지 활동한 뒤 은퇴합니다.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한 최윤주 용인예술과학대학교 반려동물보건과 교수에 따르면 봉사동물은 은퇴 후 △여생에 대한 불투명성 △돌봄 공백으로 인한 유기·방임 위험 △심리적 스트레스 초래 등의 문제를 겪습니다. 봉사동물은 사용자에게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데, 은퇴는 사용자와의 이별로 인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목적 상실에 따른 역할 혼란을 발생시킨다는 겁니다.
23일 국회에서 진행된 '봉사동물 지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국회정책포럼'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농식품부는 봉사동물이 은퇴 후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입양을 지원하고 있지만, 미흡한 실정입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반려동물 관련 여러 협회와 협약을 맺어, 은퇴한 봉사동물을 입양한 견주가 협약 병원·협회 등에서 진료비나 사료 등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봉사동물의 입양을 도울 목적으로 1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농식품부의 지원만으로 봉사동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행사에 참석한 박태진 삼성안내견학교 교장은 은퇴한 봉사동물의 입양이 어려운 이유에 관해 "가장 큰 건 돈 문제"라며 "(봉사동물은 은퇴하면) 아프게 되고 아프게 되면 병원진료를 받아야 한다. 작게는 수백만원이 들고, 한 마리가 1년에 2000만원 쓴 적도 있다. 이것을 과연 민간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도 봉사동물 지원에 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습니다. 이에 김예지 의원은 지난달 봉사동물에 대한 지원 근거를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봉사동물 지원의 초석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하는 사람을 '소유자 등'에서 '동반자 등'으로 새롭게 정의 △최초의 소방방재청(현 소방청) 봉사동물인 '세중'의 인명구조견 인증일(9월23일)을 '봉사동물의 날'로 지정 △봉사동물에 대한 지원 근거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