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예정대로 '조희대 대법원장 현안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핵심 증인인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여야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는 맹탕 청문회가 됐습니다. 여당은 "국정감사 일정 중 하루를 추가해 대법원을 직접 방문하겠다"며 관련 내용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위원장이 대법원에 대한 현장검증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위원들이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월 현장 국감 여당 주도로 통과…국힘 반발
국회 법사위가 30일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 한 가운데 긴급 현안 청문회를 예정대로 개최했습니다. 여당은 증인들의 불출석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국정감사계획서 변경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주도로 강행 처리했습니다. 이에 내달 15일 추가 대법원 현장 청문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은 오늘 청문회는 붕어빵 청문회"라며 "오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다음 달 15일 현장 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오늘 사법 쿠데타에 대한 해명이 된다면 현장 검증은 필요 없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파기환송하면서 기록 7만 페이지를 다 봤는지 로그 기록을 현장에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야당은 '정치 보복'이자 '삼권분립을 흔드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마디로 이 청문회를 빌미로 이 대통령의 재판을 뒤집고, 내란 재판을 유죄 판결하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것은 재판 개입이고 바로 입법부에 의한 내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의혹 제기하면 다 수사해야 하나"라며 "현장 국감을 한다는 것은 그들을 겁박하고 호통치려고 하는 건 아닌가. 위원장의 소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이날 불출석한 조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사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사법부가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자리(청문회)가 있는 것"이라며 "위원장님과 김용민 민주당 법사위 간사님께 부탁한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에서 청문회를 한다고 했는데, (증인들은) 나타나지 않고 사유서가 아닌 의견서를 냈다.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게 일정 기록을 요구했는데, 선고한 일정도 적지 않은 허위 자료를 보냈다"며 "국회를 기만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민주 "대법원, 국회 기만"·국힘 "사법부 흔들어"
이날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주장했던 '4인 회동'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와 현장 감사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한 점 등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감정적인 보복이자 사법부를 흔들고 있는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여,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30일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가 열리기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의 증인석이 비어 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등 증인들은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가 조희대를 만났나 안 만났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조 대법원장이 왜 이렇게 판결을 했고, 고등법원은 거기에 손발을 맞춰서 항소심 기일을 잡았는가 이것이 핵심 내용"이라며 "너무 이상하지 않나. 국민들은 공분했다. 여기에 대한 답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을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대법원장에 대해 탄핵 협박, 사퇴 강압, 청문회 소환까지 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유죄를 줬다고 보복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재판을 없애겠다고 사법부를 흔드는 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경원 의원도 "이럴 거면 이 대통령 판결을 무죄로 만들 법안을 만들라"며 비꼬았습니다.
대법관 12명 증원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요. 최혁진 의원은 "대법관 증원하겠다고 하니 1조4000억원이란 큰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제왕적인 사법부"라며 "자신들이 황제인 줄 아는 사법부에 대해 반드시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 실제 대법관 1명에게 필요한 평수가 75평 인지도 확인해 직접 영상도 찍고 모든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 40명이 '원대 복귀'를 요청한 것도 항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박은정 의원은 "특검 파견 나간 검사들이 복귀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법사위 차원의 조처가 필요하다"며 "저 검사들은 행정공무원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파견 명령에 대해 집단적으로 항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검찰을 해체하겠다고 하는데, 자신들의 의사 표현도 못 하나"라며 검사들을 두둔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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