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벽도 욕실도 이동…삼성물산 '넥스트 홈'에서 본 미래 주거
2025-09-29 08:30:00 2025-09-29 08:3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침실과 욕실의 위치·크기·개수를 자유롭게 배치해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6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지구에 차세대 주거 기술 ‘넥스트 홈(Next Home)’을 실제 주거 공간에 구현한 '테스트베드(Test Bed·실증 공간)'를 공개했습니다. 연면적 554㎡,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 이곳에는 기둥이 없는 신개념 평면 구조 '넥스트 라멘'과 조립식 모듈을 서랍처럼 채워 넣는 '넥스트 인필' 시스템 등 삼성물산의 핵심 주거 기술이 집약됐습니다. 
 
'넥스트 홈' 테스트 베드 외관. (사진=삼성물산)
 
건물에는 핵심 기술을 적용한 전용면적 84㎡(34평형) 규모의 2개 특화 세대가 조성됐는데요. 3층에 마련된 1~2인 가구용 스튜디오 타입에 들어서자 벽이 사라진 유연한 공간 구조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구조를 지탱하는 기둥은 외곽에 배치하고, 내부는 거주자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분할하거나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바닥과 벽체, 욕실 등은 모두 모듈형 건식 자재로 구성돼 있어, 리모델링 시에도 바닥 일부만 해체해 배관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구조 변경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오피스 건물의 이중 바닥 구조와 일본식 건식 바닥의 장점을 결합한 '넥스트 플로어'도 적용됐습니다. 이 기술은 바닥 하부에 설비 공간을 둬 주방과 욕실 등 수공간의 위치를 세대 내 어디로든 옮길 수 있게 합니다. 건식 구조 특성상 습식보다 온도 상승 속도가 빨라 난방 효율이 높고, 유지 비용 절감에도 효과적입니다. 2022년에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건식 바닥 충격음 차단 성능 1등급 인증도 획득했습니다. 
 
건식 바닥 세부 모습. (사진=홍연 기자)
 
삼성물산에 따르면 넥스트 플로어는 5년간 4세대에 걸쳐 개발됐으며, 층간소음 저감, 보행감, 난방 효율을 모두 충족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구조체 간의 접합도 기존 습식이 아닌 건식 방식으로 구현되었으며, 지진 등 외력에 견디는 정밀 시공 기술이 적용돼 타 건설사가 유사 기술을 확보하려면 최소 2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변동규 삼성물산 주택기술혁신팀장(상무)은 "시장 수요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대량생산 체계를 통해 현재 수준의 시공 원가로도 기술을 공급할 수 있다"며 "골조 외에 건식 바닥이나 가구 시스템은 원가 상승 요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능성 가구 '넥스트 퍼니처'로 공간 분리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홍연 기자)
 
2층에 마련된 패밀리 타입 세대에서는 '움직이는 가구'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었는데요. 직원이 벽처럼 보이는 수납장을 밀자 옆방과 연결되는 통로가 나타났고, 벽 자체가 수납 가구가 되는 '넥스트 퍼니처'의 기능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입주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공간을 자유롭게 분리하거나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옷장, 장식장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돼 있었습니다. 
 
건식 벽체인 '넥스트 월'도 모듈형 조립식으로 제작돼, 기존 벽체처럼 바닥과 천장에 고정되지 않고 손쉽게 이동·재배치가 가능합니다. 벽체 마감재는 탈부착형으로, 입주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인테리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죠. 
 
욕실에는 두 가지 타입의 '넥스트 배스'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하나는 구조체부터 마감재까지 일체형으로 제작된 포드(POD) 욕실이고, 다른 하나는 패널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시스템 욕실입니다. 기존 현장 타설 방식과 달리,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들여오는 방식으로 시공 품질의 편차를 줄이고 공기 단축 효과도 큽니다. 
 
넥스트 배스를 개발한 담당자는 "공장에서 일관된 품질 기준으로 제작돼 수작업으로 인한 하자가 줄고, 방수나 마감재 양생 역시 일정한 조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품질 편차가 적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존 아파트 구조에서는 욕실이 라인별로 고정돼 있었지만, 넥스트 홈은 바닥 하부에 배관 공간을 확보해 입주 후 수년이 지나 인테리어를 할 때도 화장실 위치를 변경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듈형 조립식 욕실 '넥스트 바스'. (사진=홍연 기자)
 
삼성물산은 현재 넥스트 홈의 주요 기술을 일부 단지에 시범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상용화에 필요한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넥스트 플로어는 이미 현장에서 시공 테스트를 마쳤고, 넥스트 배스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 경로당에 설치돼 운영 중입니다. 방화뉴타운, 한남4구역 등 정비사업지에도 옵션 형태로 기술 적용이 계획돼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이번 테스트베드를 통해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향후 초고층 주거시설이나 리모델링 시장까지 넥스트 홈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넥스트 라멘’ 구조는 벽식 구조로는 시공이 어려운 30층 이상 초고층 단지에서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으며, 성수동 등 주요 정비사업지에 대안 설계로 제안 중입니다. 
 
변동규 팀장은 "초고층 주거시설에서는 구조적으로 기둥식인 라멘 구조가 필수적이며, 이를 OSC 공법과 결합하면 기후변화나 외부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삼성물산은 ‘넥스트 홈’을 통해 입주민의 삶에 맞춰 공간이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미래 주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독보적인 기술과 품질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