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초저가 마케팅, 싼 거 맞아?"…소비자 '쓴웃음'
‘통큰 세일’ 외쳐도 돌아서는 고객…"할인 문구는 큰데 실속은 작다"
2025-07-09 16:21:28 2025-07-09 16:21:28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9일 오전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마트. 장보기를 위해 매장을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큼지막한 현수막과 입간판이 손님들을 반겼습니다. ‘통큰 세일’ 등 다채로운 문구들이 대형마트 특유의 활기를 더했습니다.
 
그러나 계산대 앞, 장을 막 마친 주부 김모 씨(42·서울 송파구)는 들고 있는 영수증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습니다. “방울토마토 하나에 7990원, 양파 한 망에 4490원, 밤고구마 1kg이 6430원이에요. 계란 한 판도 7990원이더라고요. 딱 필요한 것만 샀는데도 금방 6만원 넘었어요. 이게 진짜 세일 맞나요?” 김 씨의 장바구니는 반쯤 차 있었지만, 총액은 이미 10만원에 근접해 있었죠. 치솟은 식재료 가격 앞에서 ‘세일’이라는 말은 허망하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시간대 과일 코너 앞에서 만난 유모 씨(39·송파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장바구니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과 3개와 청포도 한 송이, 샐러드용 채소 몇 가지를 담은 그의 장바구니는 그리 무거워 보이지 않았지만, 결제 예정 금액은 5만원이 넘었습니다. 그는 “초특가라는 글씨를 보고 들어왔는데, 정작 필요한 건 다 제값이거나 더 비싼 것 같다"면서 "홍보 문구는 화려하지만 실속은 없다"고 했습니다.
 
일부만 ‘초특가’, 나머진 ‘그대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최근 몇 달 사이 ‘초저가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홈플러스는 한우·삼겹살을 대폭 할인한 ‘크레이지 4일 특가’를, 이마트는 3480원짜리 ‘초특가 치킨’으로 고객 몰이에 나섰습니다. 롯데마트 역시 ‘통큰 세일’이라는 이름 아래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소비자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초저가 행사가 선택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장을 보는 고객들에게 “세일 체감이 되느냐”고 묻자, 대다수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직장인 이모 씨(34)는 “마트에서 싸게 판다는 건 보통 치킨이나 수박 같은 일회성 품목"이라면서 "정작 매일 먹는 계란, 야채, 과일 같은 건 여전히 비싸서 부담스럽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예전에는 이 정도면 됐지 싶었는데, 요즘은 꼭 필요한 걸 골라 담아도 계산대 앞에서 놀라요. 할인은 마케팅일 뿐, 전반적인 가격은 별로 안 내려간 것 같다”고 전했는데요.
 
“쿠폰 찾고, 앱 깔고…그냥 피곤해요”
 
또 다른 문제는 할인 조건의 복잡함입니다. 요즘 대형마트 할인은 대부분 멤버십 가입, 모바일 앱 쿠폰 다운로드, 특정 수량 이상 구매 시 적용 등의 전제 조건이 붙죠. 1인 가구 권모 씨(29·성동구)는 “예전엔 마트에 가면 그냥 ‘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앱을 깔아야 하고, 어떤 날에 무슨 카드로 결제해야 할인되는지 따져야 한다. 이젠 마트 장보기가 너무 피곤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롯데마트 내 완구 코너. (사진=이지유 기자)
 
유아용품 코너 앞에서 만난 정모 씨(36·송파구)는 아내와 함께 두 돌이 지난 딸을 데리고 장을 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는 “기저귀랑 분유, 과일 좀 담았더니 순식간에 8만원을 넘겼다”고 말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10만원이면 바구니가 넘칠 정도였어요. 지금은 필수품만 넣어도 10만원이 금방이에요. 할인한다는 행사 품목은 우리 가족이 잘 안 사는 것들 위주라 체감이 안 돼요. 아이 키우는 집은 더 예민하다"고 전했습니다.
 
계산대 너머로 여전히 ‘초특가’, ‘1+1’, ‘파격 할인’이라는 문구가 쉴 새 없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장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만큼 밝지 않았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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