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뷰티 디바이스 참전…에이피알 독주에 제동?
AGE-R 앞세운 에이피알 고속 성장
LG생활건강, 프라엘 인수로 반격 시동
전략 차별화 속 시장 주도권 경쟁 본격화
2025-07-04 15:01:05 2025-07-04 16:38:30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K-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 대를 돌파한 에이피알(APR)이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이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프라엘(Pra.L)’을 인수하고 신제품을 출시하며 정면 승부에 나선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두 기업 간의 양강 구도가 에이피알의 향후 기업 가치와 주가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달 기준으로 AGE-R의 누적 글로벌 판매량이 400만 대를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3월 브랜드 론칭 이후 2년 2개월 만에 100만 대, 이후 11개월 만에 200만 대, 8개월 만에 300만 대, 최근 5개월 만에 400만 대를 달성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죠. 단순 계산하면 최근 5개월간 약 13초마다 한 대씩 판매된 셈입니다.
 
에이지알(AGE-R) 제품 이미지. (사진=에이피알)
 
AGE-R은 고주파, 미세전류, 초음파 등 병원급 기술을 소형 디바이스에 적용해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인데요. 화장품과 함께 사용하는 루틴 중심의 홈케어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홈클리닉’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시장에 안착시켰습니다. 특히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미국, 홍콩, 유럽, 동남아 등 해외에서 발생한 점은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이피알의 급성장은 기존 뷰티 대기업에도 자극이 되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LG전자로부터 ‘프라엘’ 브랜드를 인수하며 디바이스 시장에 재진입했죠. 기존 화장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술 기반으로 확장하며, 에이피알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를 출시하며 가격 전략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이번 신제품은 립스틱처럼 작고 가벼운 소형 디바이스로, 1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을 통해 입문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기존 프라엘 시리즈가 30만~90만원대 프리미엄 제품군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전략의 전환이라 볼 수 있으며, LG생활건강이 직접 기획한 첫 자체 디바이스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죠.
 
유통 전략에서도 두 기업의 차별화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LG생활건강은 프라엘 수퍼폼을 자사몰이 아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반응에 따라 오프라인 진출도 검토 중입니다. 반면 에이피알은 자사몰 중심의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올리브영 및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일부 오프라인 채널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그러나 양사 모두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LG 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 이미지. (사진=LG생건)
 
이 같은 유통 전략의 차이는 타깃 고객층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입니다. LG생활건강은 플랫폼과 브랜드 신뢰도를 기반으로 입문층을 겨냥하고 있으며, 에이피알은 SNS와 유튜브 기반 마케팅을 통해 20~40대의 디지털 친화형 소비자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장품과 디바이스를 결합한 루틴형 판매 구조는 높은 재구매율과 고객 락인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양사의 차이는 유통 방식, 마케팅 전략, 제품 기획 주기뿐만 아니라 가격 포지셔닝까지 전통 대기업과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의 전형적인 대비 구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러한 경쟁 구도는 자본시장에서도 온도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오전 10시 기준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약 5조4936억원으로, 상장 25년 차인 LG생활건강(약 5조915억원)을 제치고, 아모레퍼시픽(8조 3118억원)에 이어 국내 뷰티 업계 시총 2위에 올라섰습니다. 에이피알은 PER 41.08배, PBR 15.40배로 고성장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으며, 거래량과 거래대금 또한 LG생활건강보다 월등히 많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업계는 이러한 양강 구도를 단순한 점유율 경쟁이 아닌, K-뷰티 산업의 구조 재편으로 보고 있습니다. 디바이스가 화장품의 보완재를 넘어 루틴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며, ‘기기 중심 스킨케어’가 하나의 독립된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이 경쟁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에이피알의 기업 가치와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에이피알은 AGE-R의 성공 외에도 메디큐브 등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자사몰에서 올리는 강력한 재구매 기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LG생활건강과의 경쟁은 시장 전체의 확장으로 이어져, 에이피알의 기업 가치 상승 기대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프라엘 브랜드를 통해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재진입한 배경에 대해 “특정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에이피알처럼 이미 시장 1위를 차지한 회사를 우리가 견제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그동안 관심 있었던 분야에 본격적으로 다시 진입한 것일 뿐입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에이피알은 LG생활건강의 시장 재진입에 대해 “경쟁보다는 시장 확대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업의 참여가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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