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IBK기업은행 노동조합 소속 직원 9500여명이 총액인건비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서신을 대통령실에 보냈습니다. 그동안
기업은행(024110) 직원들은 총액인건비 제도에 따라 시간외 근로수당, 성과급 등이 포함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요. 정당을 보상을 받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그동안 기업은행이 공공기관인 만큼 기업은행만 총액인건비 제도 예외사항으로 둔다면 타 공공기관과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는데요. 노조는 기업은행은 타 국책은행들과 다르게 리테일(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서비스) 업무 비중이 높아 차이가 있단 입장입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개별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인건비 인상에 제약을 가하여 조직 운영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총액인건비 제도의 구조적인 폐해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은 노조 "시간외수당 등 정상지급 안돼"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25일 대통령실에 총액인건비 제도 개편 및 특별성과급 지급 등의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식 서신을 발송했고, 대통령실 회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조합원 9500여명의 간절한 마음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며 "서신을 전달하기 까지 전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다. 진정성을 다해 서신을 보낸 만큼 대통령도 한번쯤 답을 주시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은행 노조가 대통령실에 서신을 배경에는 기업은행이 다른 시중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액인건비 제도로 인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액인건비 제도는 공공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인건비의 총액을 기획재정부가 설정한 상한선 내에서만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어 이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시간 외 근로수당, 특별성과급 등 정해진 예산 범위를 넘을 수 없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약 8500만원으로 1억1600만원에 달하는 4대 시중은행 평균에 미치지 못합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총액인건비 등 임금체계 개편을 요청하는 서신을 대통령실에 전달해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는 시중은행 대비 낮은 임금과 실질적으로 지급받지 못하는 보상휴가를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또한 기업은행은 예산 제한으로 이해 시간외수당을 지급할 재정이 없어 보상휴가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이로 인해 직원들이 사용하지 못한 보상휴가 일수는 지난해 말 기준 총 44만2965일로 1인당 약 35일에 달합니다. 이는 수당으로 환산하면 1인당 약 600만원, 총 7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이 보상휴가 일수는 총액인건비에 포함돼 실질적으로 사용하거나 수당으로 지급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검토'를 약속한 만큼 향후 기업은행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8일 금융노조와 정책협약을 맺으며 해당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협약서엔 "시장에서 완전경쟁하는 상장회사이자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의 이중적 지위로 인해 예산 및 인력 자율성이 과도하게 통제받는 데 공감하며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3선 중진이자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과 금융노조위원장 출신인 박홍배 의원 등이 결의문을 발표하는 등 적극 나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노조 측으로부터 총액인건비 제도 문제에 대해 듣고 문제의식을 갖고 살펴보겠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총액인건비 제도에 대한 문제는 법안도 발의해야 하고 기획재정부 역할을 쪼개야하는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은 안다"며 "제도 개편이 어렵다면 금융위원회 경영평가심의위원회 등 기구를 통해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니 해결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재부-금융위 핑퐁 계속
그동안 기업은행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담당 정부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소관 부서인 금융위원회가 책임을 떠넘기면서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기업은행의 소관 부서는 금융위이지만 인건비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설정하는 인상률 상한 이내에서만 책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는 기업은행이 기타공공기관인 만큼 자체적으로 예산을 운용할 수 없으며, 금융위원회가 일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59.5%의 지분을 보유한 기재부 승인 없이는 제도 조정이 어렵다고 밝혀 양측의 책임 미루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지난 2023년 한국정부에 기업은행 등 공공기관이 겪는 반헌법·반인권적 상황을 지적하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으나 지금까지 어떤 대책도 나오지 않은 이유입니다. 기업은행 실태를 조사한 근로감독관도 시간외수당 적체 문제 해결을 권고했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기업은행 노조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임금체계 개선을 검토하겠다 밝히면서 그동안 고수했던 입장을 선회한 만큼 임금체계 개편 가능성이 높아졌단 기대도 나옵니다. 금융위원회는 시간외근무 수당과 통상임금 미반영 관련 진정서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보고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이 공공기관인 만큼 기업은행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을 경우 타 공공기관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업은행 직원들에 대해서만 총액인건비 제도 적용을 예외한다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기업은행 노조에서는 타 국책은행과 달리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업무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기업은행 노조가 대통령실에 서신까지 보내며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간절한 심정을 밝혔으나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서로 간 권한이 없다며 미루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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