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난민심사제)①(단독)성비위 공무원은 경징계…프리랜서는 사실상 해고
법무부, 공무원과 통역인 부적절 관계 드러나자 조치
공무원, 정직 1개월…통역인은 '난민 업무'서 배제돼
2025-07-04 06:00:00 2025-07-04 06:00:00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난민법이 시행 12년째입니다. 2018년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과 통역인이 난민 신청자의 진술과는 다른 내용으로 면접조서를 작성한 '난민면접 허위조작 사건'이 벌어지자 법무부는 면접조사 과정과 통역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를 고친 겁니다. 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난민 신청자의 진술은 난민 여부 판단에 주요 근거가 되는 만큼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과 통역인이 독립적·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뉴스토마토>는 최근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과 통역인 사이에 발생한 성비위 사건을 토대로 난민심사제도 개선 방향을 살펴봤습니다.(편집자)
 
2024년 말 법무부 소속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과 난민전문통역인(이하 통역인)이 2년 가까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이후 법무부의 대처입니다. 법무부는 통역인을 업무에서 배제했습니다. 통역인은 난민심사 신청자들의 말과 글을 통역하는 프리랜서 노동자입니다. 이번 배제로 사실상 해고를 당한 겁니다. 반면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은 정직 1개월 징계에 그쳤습니다. 
 
2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 A씨와 통역인 B씨는 난민심사 업무를 위해 처음 만나 2022년 10월 말부터 2024년 6월까지 사적인 만남을 지속하며 부절한 관계를 가져왔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해 7월 공무원 A씨의 행위를 징계해달라는 국민신문고가 접수되면서 법무부에 알려졌습니다. 
 
이후 확인된 바에 따르면, 공무원 A씨와 통역인 B씨는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약 20회의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심지어 A씨는 업무 출장 중에도 B씨와 모텔에 출입했고, '정당한 출장'이라면서 여비까지 수령했습니다. 
  
법무부가 지난 1월16일 난민 통역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147명을 '난민전문통역인'으로 인증, 위촉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대처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조치의 방점'은 엉뚱하게도 프리랜서 통역인 B씨를 정리하는 선에 맞춰졌습니다. B씨를 업무에서 배제, 사실상 해고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정리한 겁니다. B씨는 지난해 12월10일 난민 면접조사를 마지막으로 법무부로부터 일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400만원 넘게 벌던 소득도 뚝 끊겼습니다. B씨는 "2025년 1월까지 예약이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취소됐다는 이야기 들었다"며 "2019년부터 법무부 일을 했는데, 지금은 일을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B씨는 일을 얻지 못하는 것에 관해 법무부로부터 일언반구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는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자며 난민전문통역인 해촉 사유를 담은 운영 규정을 제정했습니다. '통역인 결격 사유가 발생한 자', '직무 태만, 품위 손상, 그 밖의 사유로 통역인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통역인을 해촉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무부 훈령 '난민전문통역인 등 운영 규정'을 만든 겁니다. 난민법 시행으로 통역인이 생긴 지 12년 만입니다. 
 
반면 B씨와 함께 물의를 빚은 공무원 A씨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징계 결과가 나온 건 올해 6월입니다. 지난해 7월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문제가 제기된 지 11개월 만입니다. 문제가 제기되고 반년도 안 돼 업무에서 배제, 일감이 끊긴 B씨 경우와는 딴판입니다. 통역인 B씨는 공무원 A씨의 징계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소명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B씨는 부적절한 관계는 애초 A씨의 성추행에서부터 비롯됐고, 본인은 일자리를 잃은 반면 A씨는 경징계를 받는 게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용준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업무상 관련성이 있는 사람 또는 업무상 위계 질서가 있을 수 있는 임시직 근로자와의 불륜은 그 과정에서 위계에 따른 영향이 작용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법무부가 철저히 조사 후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무원 징계의 통상적인 관례를 비춰보면 출장 등 공무 시간을 이성과 사적인 시간에 활용한 경우 신분상 징계로 나아가는 것이 비중이 높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A씨의 징계는 법무부가 동일한 유형의 비위를 저지른 검사에게 했던 징계와 비교하면 가벼운 수준입니다. 앞서 법무부는 2021년 9월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고 불륜을 저지른 검사에게 '품위 손상'을 이유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린 바 있습니다. 더구나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일반 공무원보다 더 높은 직무 윤리를 요구받습니다. 난민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정성·투명성이 중요해서입니다. 
 
2015년 11월 시리아를 출발해 한국에 도착한 한 난민이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내 입국심사장 인근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공인노무사는 "공무원은 징계를 받더라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소청심사 등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지만, 프리랜서 노동자는 그런 부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법무부는 A씨와 B씨가 사적 관계로 발전하면서 업무에 영향을 미친 건 없는지 살피고 통역인 해촉 전엔 입장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난민전문통역인 제도는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 7월부터 만들어졌음에도 법무부가 최근까지 운영 규정을 마련하지 않다가 하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촉·해촉 사유를 담은 근거를 마련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난민전문통역인의 자격 규율과 해촉 사유 규정은 필요하지만,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통역인을 쉽게 해촉시켜버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무마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법무부는 이 사건과 A씨, B씨 징계 등에 관해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등 필요한 절차를 충실히 진행하였으며, 법무부 보통징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중징계 처분했다"며 "'난민전문통역인 등 운영 규정'을 제정해 통역인의 '위촉의 취소 및 해촉'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 비위 사례 재발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법무부는 또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과의 비위 사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지켜본 후 해촉 여부를 판단하고, 절차 종료까지 현재 해당 통역인에 대한 통역 활용도 보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무원 A씨는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난민 전담 공무원으로서 업무 수행에는 일절 지장이 없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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