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지난해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 1위를 점했던 한국투자증권이 6개월여만에 7위로 주저앉았습니다. 대어급 딜 부재와 인력 축소가 겹치면서 'IPO 강자'라는 명성이 무색해졌습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IPO 인수금액(스팩·리츠 제외)은 176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상반기 IPO 인수금액 기준 7위에 해당합니다. 1위는 총 9건의 IPO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인수금액 3615억원)이 차지했습니다. KB증권(3167억원), 메릴린치증권(2398억원), 모건스탠리(2398억원), 대신증권(1922억원), 삼성증권(1818억원)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상반기 대어급으로 불린
LG씨엔에스(064400)(공모액 1조1994억원·상장 시가총액 5조9972억원),
서울보증보험(031210)(공모액 1815억원·상장 시총 1조8154억원) 주관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래에셋증권과 공동 대표 주관을 맡은 SK엔무브는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SK이노베이션 100% 자회사로 편입을 결정해 IPO는 무산됐습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공동 대표 주관)와 DN솔루션즈(공동 주관)도 중복상장 지적이 제기된 기업으로 수요예측 이후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실적 저조 배경으로 인력 감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023년 11월 취임과 함께 IB본부장을 대폭 교체했습니다. 당시 유일하게 남아있던 최신호 IB1본부장도 올해 초 방한철 본부장으로 교체됐습니다. 사장직을 맡았던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IB1본부 출신으로, 해당 본부는 IPO 전담 조직입니다. IB1본부 인력 축소는 올해 본격화됐습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60명에 달했던 IB1본부 인원은 4월 인사로 40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영남IPO조직도 해체됐습니다. IPO관련 조직이 축소되면서 남은 인력들도 타 회사 이탈로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회사 내부 관계자는 "조직이 축소되면서 남은 직원들도 이직을 준비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형 딜의 경우 필수적으로 해당 기업에서 상주 요청을 해 주관사 인력이 필수적으로 발행사에서 업무를 진행해야 합니다. IPO 과정이 압축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실사, 상장예비심사신청서 작성, 기업실사보고서 작성 등이 한번에 이뤄집니다. 매주 내부 회의와 보고, 회의자료 작성 등 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인력이 부족할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소형 딜 등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IPO 업계 관계자는 "사이클의 주기가 긴 IPO 특성상 업무 연속성이 중요한데, 인력 손실은 부실 실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인력 축소가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장기적으로 주관사 순위가 자꾸 떨어지면 명성에 금이 가는 셈이고, 발행사 입장에서는 주관사에 대한 신뢰도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실적 감소와 관련해 "변동성이 있는 단기적인 외형보다는 실질적인 성과와 수익성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주관 수수료 1위 등 올해 주요 주관 딜에서 높은 수수료 성과를 거두며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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