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감세법안 통과 기대…삼성·SK 하반기 ‘방긋’
미 상원, ‘크고 아름다운 법안’ 통과
반도체 공장 세액공제 35%로 확대
AI 경쟁 심화에…서버·PC 수요 급증
2025-07-03 17:16:37 2025-07-03 17:18:16
[뉴스토마토 안정훈·이승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온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미 상원 문턱을 넘으면서,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기존 25%에서 35%로 올리는 법안에 따라, 미국에 진출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더욱이 보조금 지급과 관련된 사항은 그대로 유지된 데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 급증이 지속되면서, 두 회사 실적에도 훈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오초피의 임시 이민자 구금 시설 ‘앨리게이터 알카트라즈’를 시찰한 후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상원에서 OBBBA가 통과되면서 기존 25%로 설정됐던 반도체 시설 세액공제가 25%에서 35%로 확대됐습니다. 법안이 상원에 회부된 후 공화당이 초안에서 제시했던 30%보다 높아진 수치입니다.
 
해당 세액공제는 앞서 제정된 ‘반도체 및 과학법’(이하 반도체법)을 따릅니다. 2022년 제정된 이 법은 반도체 기업들에 2022년 말 이후 가동 시설과 2026년 말 이전 착공 시설을 대상으로 시설·장비 투자에 대해 25%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을 뼈대로 합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대규모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패키지 생산기지를 짓고 있습니다.
 
법안에는 시설·장비 투자 대상 세액공제와 더불어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한 직접 보조금(390억달러)과 대출(최대 750억달러) 지원도 포함됐습니다. 현재까지 보조금 대상으로 확정된 기업은 인텔, TSMC,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 폐지를 원했으나, 신규 투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지역구의 의원들이 소속을 불문하고 강하게 반발하자 일단 유지되는 방향으로 정해지게 됐습니다. 이런 기류 변화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서 일정 부분 예견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반도체에 대해서 곧 관세를 발표한다고 했지만, 그 후 3개월 동안 반도체와 관련된 언급이 없었다”며 “안도할 정도는 아니지만, 3개월 사이 분위기가 조금은 바뀌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평했습니다.
 
지난 2021년 11월 삼성전자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선정했다. (앞줄 왼쪽부터) 존 코닌 상원의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업계는 미국에서 논의되는 법안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으로 기업들이 어떤 수혜를 누릴지 벌써부터 전망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단편적으로 볼 수도 없고,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업계의 의연한 반응에는 세계시장이 호황 국면인 점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AI 서버와 PC 시장 확대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DDR·HBM 등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버 시장의 규모는 952억달러(약 129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4% 늘며 역대 최고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IDC는 올해 글로벌 서버 시장의 규모 전망을 지난해보다 45% 증가한 3660억달러(약 497조원)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호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서버 시장이 커진 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적인 AI 데이터센터 증설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플랫폼(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에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적게는 수백 대에서 많게는 수천 대까지의 AI 서버가 모여 만들어지는데, 서버에는 HBM 등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지난 1월 AI 인프라 확대에 최대 650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메타는, 현재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총 290억달러(약 39조5000억원) 조달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전자전에서 SK하이닉스 로고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IDC는 최근 올해 전 세계 PC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4.1% 증가한 2억74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한 AI 활용을 위해 최근 스마트폰에도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들이 탑재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부가 D램 제품 등 메모리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AI 서버와 PC의 훈풍 속에 반도체 기업의 체감경기도 좋아졌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3분기 제조업 경기전망(BSI)’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의 BSI는 109로 전분기보다 22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100 이상의 지수는 체감경기가 긍정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 비춰 하반기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보면, HBM 시장 주도권을 기반으로 2분기 최대 실적 경신 기대를 받는 SK하이닉스의 경우, 3·4분기 실적 추정치(컨센서스)조차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이번 2분기 내리막을 걸었던 삼성전자도 하반기부터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이 커질수록 첨단 메모리든 비메모리든 첨단 반도체의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탄탄한 협력을 유지해 HBM 판매를 늘릴 것이고, 삼성전자는 최신 D램 공정을 바탕으로 차세대 HBM 시장을 파고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이승재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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