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반도체 부문을 진두지휘하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최근 엔비디아와 만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가 최근 부진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HBM 분야에서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HBM3E 공급과 함께 10나노 6세대(1c) 공정 기반의 HBM4 양산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운드리 분야도 엔비디아와 협업을 이뤄내 대형고객사 수주라는 숙제를 해결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 반입식에서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실리콘밸리로 출장을 떠난 전 부회장이 엔비디아와 5세대 HBM인 HBM3E 12단 공급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인증 통과 여부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최대 현안입니다. 엔비디아는 HBM 최대 수요처이지만, 1년 넘게 퀄테스트 통과가 미뤄지면서 시장 1인자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준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부터 설계를 변경한 제품으로 공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MI350X 시리즈에 HBM3E 12단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품질에 대한 우려를 일부 해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앞서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제품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노력의 결과는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행보는 전 부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러한 가운데 양측이 이번 회동에서 6세대 HBM의 납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삼성전자는 차세대 D램 제조를 위한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의 내부 승인 절차(PRA)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PRA는 제품이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 전, 내부적으로 생산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차세대 D램 공정 개발을 위해 회사가 정한 신뢰성 테스트 통과율, 수율(합격품 비율) 등 핵심성과지표(KPI)를 충족했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 양산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앞선 3월과 6월, 엔비디아에 5세대 10나노급 D램(1b) 기반의 HBM4 샘플을 각각 출하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대항해 이보다 앞선 6세대(1c) 기반의 HBM4로 설욕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배경입니다.
전 부회장의 엔비디아 방문으로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처음 개발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파운드리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 GPU 수주를 추진 중입니다.
삼성전자는 또 닌텐도 스위치2에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테그라 T329' 칩을 8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위치2가 높은 판매량을 올리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실적 개선도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GAA 3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의 양산도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출신의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보통 최고 수장이 어딘가를 방문할 때는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HBM이든 파운드리든, 뭐라도 조금은 진전이 있어서 미국을 방문한 게 아니겠나”고 내다봤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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