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가 처음 내놓은 6·27 부동산 대책은 가히 충격적이다. 규제 지역과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다. 세입자에게 받은 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없게 막았다. 2주택자부터는 주담대 자체를 금지했다. 그동안 LTV와 DSR로 대출을 간접 규제한 적은 있었지만, 금액으로 한도를 정한 건 처음이다.
많은 부분에서 우려가 앞서지만 다 차치하고 서울 집값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 돈줄을 막아 주택 구매 심리를 위축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는 알겠다. 실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벽이 대출 규제다. 그렇다면 이게 지속 가능한 해법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안타깝게도 이런 규제가 가져올 결말은 과거의 경험치로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 위축된 수요만큼 공급도 줄어든다. 당연한 시장의 원리다. 대출 규제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수요가 움츠러들었다고 집이 필요 없어진 건 아니다. 단지 사지 못할 뿐이다. 그렇게 시장은 서서히 망가져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느 순간 억눌렸던 수요가 다시 폭발하는 시기가 온다.
6·27 대책 풍선효과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매매가 꿈틀거리는 게 확인된다. 서울 외곽 지역인 하수구(하남·수지·구성남), 탄광촌(동탄·광명·평촌)도 거래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서울 하급지와 외곽의 집값이 오르면 종국에 서울 중심부 집값은 갭을 매우며 더 오르게 돼 있다.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은 규제와 상관없이 서울의 핵심 지역을 사수하려 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안전 자산'으로서의 중심지 가치는 계속 부각되는 셈이다.
특히 지금의 서울은 이미 실수요 중심의 견고한 시장이 형성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대출 규제만으로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하니 아이러니다. 진통제는 고통을 잠시 멎게 하지만 병을 고치진 못한다.
이번 6·27 대책이 나온 건 폭등한 강남 집값 영향이다. 20차례 넘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도 시작은 강남 집값 잡기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며 부동산 안정에 자신감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100일 회견에서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했었다. 최악의 상황이 오버랩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냉정하게 보면 현재 집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4년 전보다 싸다. 국민 소득도 늘고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데 집값만 떨어진다면 그게 더 비정상이다. 규제 일변도로 집값을 억지로 누르면 잠시 찌그러지겠지만, 결국엔 튀어 오른다. 건설과 부동산, 거기서 파생된 많은 업종을 시작으로 경제가 망가지고 나서야 규제를 푸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반대로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릴 때다. 규제를 하더라도 최소한 핵심지역 공급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면 부작용 없이 집값 상승을 둔화시키는 데 분명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물가도, 집값도 안정적으로 우상향 하는 게 정상적인 시장경제다.
김의중 금융부 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