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은행권이 출산 시 축하 명목으로 지급하는 출산 경조금을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최대 3000만원까지 등장했는데요. 저출산 해소를 위한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는 차원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선 고금리로 차주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이 역대급 이익을 낸 은행들이 돈잔치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한은행, 자녀당 120만→1000만원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열린 2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첫째 자녀 1000만원, 둘째 2000만원, 셋째 3000만원의 경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확정했습니다. 종전 첫째 자녀 120만원, 둘째 240만원이었던 데 비해 대폭 늘어났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출산율 하락이 심화되는 가운데 조합원들의 요청을 반영해 사측과 지속 협의해왔다"며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들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덜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은행 외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출산 관련 복지 제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첫째 1000만원, 둘째 1500만원, 셋째 2000만원의 출산 경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올해부터 출산 경조금을 최대 5배 수준으로 상향해 첫째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1500만원, 넷째 2000만원을 지원합니다.
우리은행은 자녀당 500만원씩 경조금을 지급하고 취학 전까지 월 25만원씩 총 36회, 900만원까지 지급합니다. 유산·사산 시 직원의 휴가 일수도 기존 7일에서 10일로, 배우자 유급휴가는 2일에서 3일로 각각 확대했습니다. 개인연금 지원액도 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올해부터 첫째 출산 시 500만원, 둘째 800만원, 셋째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은행들이 올해부터 출산 지원금을 늘린 배경엔 지난해 금융노조 산별 교섭 합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시 금융노조는 육아휴직제도 개선,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률 2.8% 등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는데요. 초등학교 1, 2학년 자녀를 둔 직원은 30분 늦게 출근할 수 있게 하고 육아휴직 기간에서 산전·산후 휴가 기간을 제외해 실질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6개월로 연장키로 했습니다.
또한 금융노사 공동선언문에 저출생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주 4.5일제 등) 내용을 담아 향후 저출생 극복 관련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조사 및 연구를 할 것을 명문화했습니다. 이 같은 합의안과 공동선언문에 따라 각 지부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안건을 노사 협의안에 올리는 등 대응에 나선 겁니다.
금융노조는 올해도 산별 중앙 교섭 과정에서 저출생 대응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있어 향후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등 복지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 교섭을 시작하며 저출생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주 4.5일제 시행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 신규 채용 확대 등을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주 5일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금융산업이 주 4.5일제도 시작하게 되면 사회 전반으로 제도가 확산되고 안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가 시간 증대에 따라 저출산 문제 해결과 소비 확대, 내수 진작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올해도 금융노조 산별 교섭을 통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내용이 합의된다면 각 은행별로 지부에서 출산 장려를 위한 지원책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측과 교섭할 때 산별 교섭 내용을 토대로 더욱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막대한 이익으로 고액 복지
은행들이 막대한 이자 이익을 기반으로 고액 복지를 시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134조원을 돌파했으며 직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1억1490만원으로 전년 대비 225만원 증가했습니다.
은행별 임직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을 보면 하나은행은 1억1725만원, KB국민은행 1억1629만원, 신한은행 1억1611만원, NH농협은행 1억1493만원, 우리은행 1억1154만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5대 은행의 이자 이익은 총 38조9272억원입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NIM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지난해 이자로만 9조8224억원을 벌어들이며 이자 이익 규모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신한은행(7조5871억원), 농협은행(7조5620억원), 하나은행(7조2139억원), 우리은행(6조7418억원) 순이었습니다.
그러나 은행들은 출산 복지 강화는 단순한 복지 혜택을 넘어 인재 확보와 유지, 장기적 관점의 조직 안정성 강화, 그리고 사회적 책무 수행 차원의 전략이라고 얘기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층의 입사 매력을 높이는 동시에 경력단절 여성 직원의 복귀 유도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는 복지"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출산률이 낮은데 이렇게라도 복지를 늘려야하지 않겠나. 출산 장려 복지는 내부 직원만을 위한 혜택이 아니라, 국가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신한은행이 노사 협의를 통해 셋째 자녀 출산 시 지급하는 경조금을 최대 3000만원까지 파격적으로 늘리면서 금융권 전반에 걸쳐 출산 복지 강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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