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중 사망사고, 유족 동의 시 형사처벌 면책 특례 검토
정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 발표…'반의사불벌 특례' 담아
의료사고 결과 대신 과실 여부 중심으로 기소 체계 전환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150일 내 중과실 신속 판단
2025-03-06 21:00:41 2025-03-06 21:00:41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미애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사고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태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정부가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사망사고에 유족 전원의 동의가 있다면 의료진의 형사 처벌을 면하게 하는 '반의사불벌 특례' 적용을 검토합니다. 사법불안으로 고위험·고난도 수술을 기피하는 상황을 막고 의사들이 소신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환자 및 시민단체는 의사 책임을 지나치게 완화하는 방안으로 지나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보건복지부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의료 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 등 공익성을 고려해 의료사고의 결과가 아닌 과실 경중을 비롯한 원인을 중심으로 형사 기소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중상해 사건이라도 환자와 의료진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형사 처벌을 면하는 '반의사 불벌'을 의료행위에 폭넓게 인정할 방침입니다. 현재는 환자가 의료 사고로 중상해를 입은 경우라면 피해자와 가족이 의료인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기소됩니다. 
 
단, 사망사고는 중대성을 고려해 필수의료 행위에 한해서만 유족 전원이 의료인을 처벌하지 않는 것을 동의한다면 기소하지 않도록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사망 사고는 사고 당시의 긴급성이나 의료진의 구명 활동 등을 고려해 처벌을 줄이거나 면제합니다.  
 
정부는 신속한 수사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도 신설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7년 12월 벌어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5년여 간의 수사·재판 끝에 의료진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장기간 수사와 법적 리스크 탓에 이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7년 112.1%에서 2023년 25.5%까지 떨어졌습니다.
 
심의위원회가 늦어도 150일 안에 의료진의 필수의료 및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수사 당국에 기소 자제 등을 권고해 장기간 수사로 인한 의료진의 부담을 줄인다는 구상입니다. 정부는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 심의위원회에서 기소 자제 의견을 낼 경우 수사 당국이 해당 권고를 존중하도록 법제화할 계획입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의위원회에서 해당 의료 사고가 필수의료 행위이면서 의료진의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 형사 기소보다는 민사적 해결을 하도록 수사 당국에 권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적 배상체계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의료사고 배상 및 보상을 민간 보험에 의존하는 현행 방식을 개선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의료기관 개설자를 대상으로 기관 내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합니다. 보험료 일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의사협회에서 운영하는 의료배상공제조합에는 의원 약 33%, 병원 및 종합병원의 약 35.6%가 가입한 상태입니다. 
  
또 진료과목에 따라 보험료율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현실을 고려해 진료과별 보험료율 차등액에 상한을 둬 격차를 최소화합니다. 1000만원 미만의 소액 사건은 보험사 등의 자체 심사로 30일 이내에 신속하게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중증·응급의료 등 생명과 직결된 고위험 필수진료에는 고액 배상이 가능한 보험 상품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불가항력적인 분만 사고에 국가 보상을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올린 데 이어 중증·응급, 중증 소아 진료 등 다른 분야로의 보상 확대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이밖에도 환자 대변인 신설, 국민 옴부즈맨 도입, 의료사고 감정 강화 등 분쟁조정제도도 혁신합니다. 또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나 보호자에게 의료사고 내용 등을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부여하고 의료진이 설명 중 표현한 위로나 공감, 유감은 재판상 증거 능력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전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미리 시행할 계획"이라며 "올해 안에는 입법이 완료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정부가 '기소 자제' 표현을 사용했지만 결국 불기소 처분이 남발될 것"이라며 "의사들은 미용을 제외한 모든 의료 행위를 필수의료라고 주장하는데, 불명확한 필수의료 개념을 토대로 형사 특례를 적용하면 피해자는 법적으로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의료사고심의위는 고위험 필수의료,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기구로만 한정해야 하고 단순 과실까지 불기소처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이성순 일산백병원 교수는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입건되면 의사는 경찰에 불려가 여러 차례 조사를 받고 검찰에 가서 또 같은 조사를 받는다”며 "그런 조사를 받지 않고 일단 심의위에서 중과실 여부를 파악해 걸러주면 불필요한 사법 절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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