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해 지난해 10월 군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우크라전이 조기 종결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추가 파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성배·양갑용 수석연구위원, 최용환 책임연구위원 등 5명의 연구자는 지난달 28일에 낸 '러·우 전쟁 3년, 북한군 파병의 쟁점과 과제' 전략보고서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입장에서는 러·우 전쟁 종전 논의 본격화 이전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의 거의 유일한 협상 카드인 쿠르스크를 조기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러·북 밀착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도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종전 이전에 전과가 필요, 조기 종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더 많은 북한군 파병 우려가 증가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전 종전 협상을 시작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종전 논의가 본격화하기 이전에 러시아와 우크라 양측 모두 협상 카드용 전과 확보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 추가 파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와는 달리 미국 국방 당국자는 그 직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러시아 추가 파병 동향이 없다고 말해 아직까지 북한군 추가 파병이 '공인'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보고서는 국정원과 국내·외 언론보도를 종합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했으나 개전 초기 러시아군은 우크라 수도 키이우 공략에 실패했고 2023년 6월에 우크라가 대반격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2024년 8월 전쟁 돌파구 마련을 위해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를 침공했다고 그간 전황을 정리한 뒤, 이 과정에서 파병된 북한군이 최대 격전지인 쿠르스크 전선에 참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종전 협상 시 '쿠르스크 점령' 카드 활용 원해"
보고서는 북한이 2024년 10월부터 특수부대인 폭풍군단과 정찰총국 등 1만2000여명을 파병했고, 정찰총국 군인들의 파병은 사이버 테러와 요인 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정찰총국에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정규부대가 신설된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쿠르스크 투입 초기 북한군은 전투 경험 부족과 전장 적응력 미숙, 현대전 이해 부족으로 약 3000명의 사상자를 냈으나 북한군이 차츰 전장에 적응하면서 12월 북한군 투입 이후 우크라에 뺏겼던 점령 지역의 절반을 회복하면서 유리한 전황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군은 장기 소모전이 된 우크라전에서 러시아가 직면한 병력 수급 한계를 일부 해결한 것은 물론, 러시아군에 편입돼 전투를 수행해 쿠르스크 탈환에 기여했다는 겁니다. 특히 우크라가 종전 협상 시 쿠르스크 점령을 유리한 카드로 활용하고자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북한군의 가치가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아 대규모 전승절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일부라도 자국 영토를 상실한 상태에서 전승절을 맞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쿠르스크 확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달 13일(현지시각) 제공한 사진에 쿠르스크 지역 국경 지대에서 러시아군의 다연장 로켓 발사기 TOS-1A가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고서는 또 북한이 우크라전에 파병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북한군 파병 문제가 북한 관련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2기 임기) 취임 이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는바, 미·북 대화 조기 재개 시에는 북한군 파병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해 주목됩니다.
"트럼프, 북핵보다 북한군 파병 문제에서 성과 내려 할 것"
특히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로서도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북 핵문제보다 북한군 파병 문제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선호할 전망"이며 "향후 북한군 파병 이슈가 미·북 대화 의제로 다뤄질 경우 추가 파병 중단, 북한군의 비전투 임무 전환, 단계적 철수 등이 협상 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 등 러·북 밀착 심화를 배경으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북 제재를 대놓고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사실화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향후 미·북 대화가 재개되고 미국이 명목상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유지한다고 해도 북 핵문제에서 동결 이상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그 배경입니다.
종합하면,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해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에 이어 우크라 파병으로 군사동맹 관계를 회복하는 등 급속하게 밀착함에 따라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북한군 파병으로 러·북 동맹조약의 사실상 자동 개입 조항이 언제든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러·북이 관여되는 어떤 분쟁도 확전될 수 있는 소지가 발생"했다며 "향후 북한군 파병으로 강화된 러·북 동맹이 정기적 군사훈련 시행까지 진행될 경우 한반도에서 한·미 동맹과 러·북 동맹의 직접적 대치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북한군 파병이 북·중·러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북한에는 "파병에 따른 러·북 밀착은 중국 중심 동맹 전략에서 벗어나 러시아를 중국과 대등한 동맹 관계로 격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며 "러시아는 재래식 전력의 보고인 북한과의 동맹으로 향후 글로벌 패권 경쟁 구도에서 군사, 안보 협력을 확대 심화,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황방열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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