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공천 백지화'…근본 이유 있었다
친윤·친명에 집중된 공천장…'설화'는 못 잡아내
"규정 어긴 것 없으니 시스템 공천…'국민 눈높이'는 글쎄"
2024-03-15 17:57:12 2024-03-15 18:49:5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거대 양당이 '공천 취소'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코앞에 두고 '막말 논란' 등 부적격 공천자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초장에 싹을 자르고 가겠다는 의지로 보이는데요. 실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난 14일 일부 후보의 공천장을 거둬들였습니다. 국민의힘은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정우택 의원에 이어 '5·18 폄훼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고, 민주당은 '목발 경품'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정봉주 전 의원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거대 양당은 그간 자당의 '시스템 공천'을 자부했지만 실상은 허울좋은 껍데기에 불과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월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연수원 발대식에 참석해 정봉주 교육연수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①계파 공천
 
거대 양당의 공천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현역 불패', 민주당은 '비명(비이재명) 횡사'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16년 만에 254개 지역구 전체에 후보를 내는 국민의힘은 전체 재적의원 117명 중 37명을 '물갈이'했습니다. 약 32%의 현역 교체율을 기록한 셈입니다. 다만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현역 교체율 43%보다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규모입니다. 
 
특히 친윤(친윤석열)계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원이 생존했습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지칭되는 권성동·이철규·윤한홍 의원 등은 단수공천을  받았습니다. 
 
민주당은 비명계가 대거 정리됐습니다. 공천 시작에 앞서 현역의원 하위 20%에 비명계가 다수 포함됐다는 비판이 고조됐고, 실제로 이에 반발해 탈당한 의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영주 의원은 국민의힘으로 이적해 자신의 지역구인 영등포갑 수성을 선언했고, 설훈·홍영표·박영순 의원은 새로운미래에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②부실 검증
 
후보자들의 과거 이력을 철저히 검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유권자들은 과거에 비해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데 반해, 공천관리위원회의 검증 능력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음주운전, 학교폭력 등 기록으로 남는 범죄이력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이곳에 남긴 과거 발언 역시 문제의 단초가 되고 있습니다. 
 
양당의 공천 취소 사례 중 도태우 후보와 정봉주 후보는 과거의 부적절한 발언이 빌미가 됐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장예찬 후보 역시 2012~2014년 SNS 상에 썼던 복수의 글들로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 후보의) 사과문 내용, 추가적인 보도들에 대한 후보자의 태도나 입장, 그런 부분까지 아울러 고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 많은 후보들의 세세한 과거 행적까지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도 지적합니다. 한병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장도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봉주 후보 낙마와 관련해 "(사전에) 구체적으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공관위의 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과거 막말에 대한 판단이 횟수가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일반적인 국민의 정서와 상식에 부합하는 지 여부가 판단을 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 생각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천이 잘 됐다고 평가받는 과거 사례로 박근혜 비대위(2012년 총선)와 문재인 당대표 이후의 김종인 비대위(2016년 총선)를 들 수 있다"며 "두 번 모두 명확한 콘셉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 때에도 논란이 있었던 사람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무게중심이 공천의 콘셉트로 더 기울었다"며 "이번에는 '공천이 여기가 좀 더 낫다'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게 차이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③비시스템 공천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강조하고 있는 '시스템 공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집니다. 시스템 공천은 민주당이 먼저였는데요, 이해찬 당대표 시절 지금의 공천 프로세스를 확립했습니다. 이번 총선이 과거와 달랐던 점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를 하위 10%와 하위 10~20%로 세분화 해 하위 10%에는 경선 득표율 30% 감산의 페널티를 줬다는 점 정도입니다. 
 
국민의힘의 경우 이번에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습니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현역 의원 심사 평가를 해 하위 10%에 해당하는 의원들은 컷오프(공천 배제)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당무 감사 결과와 당 기여도 등을 반영해 '교체 지수'를 매긴 후 하위 10%를 쳐내겠다는 것인데, 지역구 현역 90명 중 7명이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공식적으로 컷오프된 의원은 없었습니다. 대신 '중진 재배치'란 명목으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했습니다. 
 
하지만 "당헌·당규에 너무도 자세히 쓰여있어 편법이 불가하다"는 시스템 공천에서도 잡음은 발생했습니다. 민주당이 청년전략특구로 지정한 서울 서대문갑에서 공천장을 따낸 김동아 변호사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당초 서대문갑 경선은 당 중앙위원 투표 100% 방식으로 결정됐으나, 전국 권리당원 투표 70%·서대문갑 유권자 투표 30% 방식으로 룰이 바뀌었습니다. 
 
경선 후보 압축 과정에서는 김 변호사가 예비후보 5명 중 3인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4위에 올라 탈락했으나, 3위였던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2차 가해 논란으로 제외되면서 경선에 올랐습니다. 당 안팎에선 "대장동 변호사 공천을 위한 무리수"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박 평론가는 "양당이 경선 과정에서 반영한다는 일반 유권자 여론도 실상은 당심에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이다. 당심에 가까운, 조직력이 좋은 후보가 경선에서 당선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는데요. 그는 "규칙을 어기지 않았으니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는 말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두 당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은 아니었다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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