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0대 공약 '붕어빵 판박이'
저출산·기후위기·국민안전 한목소리
청년·노인·소상공인 정책도 대동소이
국힘 '메가서울'·민주 '정치개혁' 차별화
2024-03-13 17:21:12 2024-03-13 18:42:49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코앞에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10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저출생 해결과 국민안전 확립, 기후위기 대응 등 상당 부분이 '붕어빵'처럼 닮아있습니다. 공약의 차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국민의힘의 '메가서울'과 민주당의 '정치개혁' 정도입니다. 정책 대결이 아닌 인물과 네거티브 공세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는 국내 정치 지형의 한계라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4월 총선을 겨냥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공약은 큰 틀에서 대동소이합니다. 국민의힘은 △일·가족 모두 행복 △촘촘한 돌봄·양육환경 구축 △서민·소상공인·전통시장 새로 희망 △중소기업·스타트업 활력 제고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지역 만들기 △교통·주거격차 해소로 하나 되는 대한민국 △청년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 △어르신들의 든든한 내일 지원 △기후위기 대응, 함께하는 녹색생활 등을 10대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민주당은 '민생회복·미래희망·민주수호·평화복원'의 4대 비전을 바탕으로 △민생안정 △저출생 극복 △기후위기 대처와 재생에너지 전환 △혁신성장과 균형발전 △국민 건강과 행복 △국민 안전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한반도 평화 △민주주의 회복 △정치개혁 등 10대 핵심 과제 추진을 약속했습니다. 
 
참신성 떨어지는 '그 나물에 그 밥'
 
두 당의 공약 키워드를 살펴보면, 건강과 행복, 안전 등의 가치가 중첩됩니다. 중점 정책 대상도 소상공인, 중소기업, 청년, 어르신 등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양 당이 앞장서 약속한 것 역시 '저출생 극복'으로 동일합니다. 그마저도 남성의 육아휴직 확대, 아이돌봄 지원 기준 폐지, 출산 가구에 대한 공공임대 우선 제공 등 기존의 정책들을 '재탕'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양 당의 공약은 쌍둥이처럼 더 닮아있습니다. 이 중에는 '경로당 점심 확대', '대학생 국가장학금 확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전국 철도 지하화' 등 지난 몇 달간 두 정당이 '정책 발표회'를 통해 선보인 어젠다들도 있습니다. 이미 "차별성이 없다"고 비판받았던 안건들입니다.
 
그나마 다른 점들을 찾아보자면 국민의힘에서는 김포의 서울 편입에서 출발한 '메가서울' 정책이 거의 유일합니다. 다만 메가서울은 10대 공약에는 속해 있지 않은데요,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지역' 정책과 철학적으로 배치되기도 합니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우고 있는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 민주주의 회복, 정치개혁 등을 차별적인 정책으로 제시합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자율성 보장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사면권의 한계 명문화 등은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중구 초록우산에서 열린 '미래에서 온 투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대한민국 아동들이 제안한 공약을 아동 대표 6인이 정당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행사다. (사진=연합뉴스)
 
"유권자 한 표 행사 어려워"
 
선거 때마다 재탕, 삼탕 반복되는 정당들의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역시도 한국 정치의 병폐"라고 진단합니다.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는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선의 경우 선거의 특성상 정책보다는 후보 개인 혹은 지역 이슈 중심으로 선거운동 전략을 짜다 보니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책으로 정당을 판단해 한 표를 행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거대 양당이 향후 4년간 어떻게 입법이나 정치 과제를 제시할 것인지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충분히 비판받을 만한 지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팀장은 또 △국회 합의를 통해 처리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구조 △장기 영속성이 떨어지는 정당 구성 △외부 수혈에 의존하는 정당 내 정책전문가 등의 요인들도 정당들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기 어렵게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윤형중 랩2050 대표 역시 "이번 총선처럼 공약이 안 보이는 선거는 없었다"며 "비장의 카드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정책을 분명하게, 진정성 있게, 정성 들여 제시하는 쪽이 판세를 주도할 수 있다"는 조언이 뒤따랐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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