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경제민주화'…역대 총선 관통한 시대정신
어젠다 주도한 쪽이 제1당 등극
'새 정치' 내세운 제3정당 약진도
2024-03-06 18:22:58 2024-03-06 18:26:41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둔 각 정당들은 다양한 정책 어젠다를 제시합니다. 그중 그 시기 국민의 불만과 욕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핵심이 '시대정신'으로 부상하는데요. 지난 5차례의 총선을 살펴보면 시대정신을 제시한 정당이 대체로 원내 1당이 되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시민주권론부터 선진화까지…총선판 흔든 어젠다
 
21세기 진입 이후 첫 번째 국회의원 선거였던 17대 총선에서는 '정치개혁'이 주요 화두였습니다. 당시 선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의 여파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친노(친노무현) 세력들이 주축이 된 열린우리당은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고, 이는 열린우리당을 향한 동정 여론을 키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제시했던 참여 민주주의, 시민주권론 등이 공론화되면서 정치개혁 의제가 급부상했습니다.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적극적인 낙천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선거 결과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확보, 과반 의석을 달성했습니다. 민주당계 정당 입장에서도 민주화 이후 최초의 과반을 이뤘습니다. 반면 탄핵 정국을 만들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참패했습니다.
 
이명박(MB)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국가 선진화'에 대한 열망이 컸습니다. MB정부가 '경제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던 만큼 선진국 진입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뉴타운 건설' 등 부동산 재개발이 대표 공약으로 부각되면서 시대정신이 퇴색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최종 성적표는 153석을 획득한 한나라당의 대승. '이명박 마케팅'이 효과를 내며 수도권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쳐 12년 만에 개헌저지선(100석)에도 못 미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3월2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창간 50주년 기념식 및 제25차 국민보고대회에 참석, 국민의당 안철수(오른쪽)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오른쪽 두번째) 비대위 대표와 눈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에 경제민주화 의제 뺏긴 민주 '참패'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투입됐던 19대 총선에서는 '경제 민주화'가 전면에 내세워졌습니다. 박근혜 비대위는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행복국가'를 비전과 목표로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복지와 일자리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내세웠습니다. 경제정책 방향으로는 경제민주화 실현을 제시했지요. 이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김종인 현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영입했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골자로 하는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 이미지 쇄신으로 연결됐고, 이는 훗날 박 전 대통령의 대선 전략에까지 이어집니다. 총선에서는 152석을 확보, 예상을 뒤엎은 단독 과반을 달성했습니다. 
 
반대로 MB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여소야대' 국회를 목표로 했던 야권은 새누리당의 쇄신에 마땅히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경제민주화 의제를 뺏긴 민주통합당은 뒤늦게 드라이브를 걸어봤지만 127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사전투표제가 처음으로 시행된 20대 총선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의 약진이 돋보였습니다. 정부 심판론과 정부 지원론의 대결 구도로 갈린 거대 양당 사이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이 38석을 획득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안철수 신당'에 보낸 결과 민주당(123석)과 새누리당(122석)은 박빙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일로였던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포스트 코로나'가 주요 화두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만해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한국의 방역 정책이 전 세계의 모범으로 비치면서 여론은 급반전됐습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의석수(17석)를 포함해 총 180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뛰어넘는 성적입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과 합쳐서도 103석에 그쳤습니다. 보수정당 역사상 가장 적은 의석 수 이기도 한데요. 서울(8석)·인천(1석)·경기(7석) 등 수도권에서 의석을 거의 얻지 못해 사실상 '영남당'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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