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찬성→정치쇼'…의료대란에 민주당 '우왕좌왕'
"정부 칭찬할 일"에서 "참 걱정"으로 태세 전환
민주당, 선거제 개편 논의 때와 '판박이' 갈지자
'하락세' 민주당 지지도에 악재…총선판 '요동'
2024-02-20 17:30:00 2024-02-20 19:15:38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의대증원 확대에 찬성했던 민주당이 돌연 '정치쇼'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노력했지만 하지 못했던 일을 윤석열정부가 해결하려 나섰다"고 칭찬했던 일을 4개월여 만에 '정치쇼'로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앞서 '비례대표 선출제도'를 놓고 수 차례 태도를 달리했던 민주당이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의대증원 문제에서도 갈지자 행보를 보인 셈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쇼' 주장에 대해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의대 증원 2000명이 정치쇼라고 주장하고 나섰다"며 "음모론의 저의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 "어떻게 한꺼번에 2000명을 증원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참 걱정된다"며 "항간에 이런 시나리오가 떠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에 혼란과 반발을 극대화시켜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연후에, 누군가 나타나서 규모를 축소하면서 원만하게 타협을 끌어내는 그런 정치쇼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나도 똑같이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의대증원' 환영하더니…이제 와서 "불가능"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처음으로 의대 정원 확대 구상을 공개했을 때와 사뭇 온도차가 납니다. 당시 이 대표는 최고위회의에서 "정부에 한 가지 칭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환영했는데요. 
 
그는 "민주당도 필수의료 확충과 공공의료 확충은 중요한 과제였고, 노력했지만 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니, 저희도 협력하고 함께 노력해 반드시 이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의료 확충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라며 "의대 정원을 몇 명으로 확충하겠다는 이야기가 지금 없다"고 '알맹이'가 빠졌음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2000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등장하자 이 대표는 "현재 의대들이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본다. 정책당국도 예측했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습니다. 
 
민주당이 의대증원 자체에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같은 정책을 자신들이 먼저 제안했었기에 '자기 부정'이 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정부의 행태를 '정치쇼'라고 일갈하면서도 "공공의료·필수의료·지역의료 확충을 위해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부연한 것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발언입니다. 
 
엇갈린 여야 지지율 '희비'…민주당 '겹악재'
 
문제는 민주당이 쟁점 현안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안에서도 민주당의 모호한 태도는 의사 단체들도, 국민들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합니다.
 
앞서 선거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놓고 갈등하던 때와 꼭 닮아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연동형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 대표였지만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명분으로 병립형 회귀를 타진했습니다. 이 대표의 결단으로 현행 준연동형이 유지됐지만, 그 과정에서 현역 의원 절반이 반기를 들고 당원 투표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당 내부에 남은 상처가 상당합니다.  
 
20일 오전 청주 충북대병원에서 의사들이 환자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이날 충북대병원의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137명 가운데 109명은 사직서를 내고 실제 근무하러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여론의 주도권을 잃는 사이 강경 일변도를 걷고 있는 정부는 대중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모습입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의료 공백에 지친 국민들은 의대 정원 확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한 데다, 환자 대신 집단행동을 택한 의사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약 1년 만에 40%대를 회복(본지 의뢰로 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20일 공표,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했는데요. 지지율 반등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총선이 가까워 올수록 정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위기입니다. 이날 공표된 <미디어토마토>의 120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지'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은 43.2%, 민주당은 41.7%의 지지도를 각각 기록했는데요.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을 앞선 것은 지난해 3월 초 이후 49주 만에 처음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