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립형 회귀 '내분' 격화…"천벌 받을 짓"
전 당원 투표 방침에…"독재자가 대의제 무시"
국민의미래·새진보연합 등도 민주당 압박
2024-02-01 16:51:35 2024-02-01 18:46:22
[뉴스토마토 김진양·유근윤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의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 민주당이 '권역별 병립형'을 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개딸'(개혁의 딸)을 등에 업은 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를 추진하자, 내분이 한층 격화되고 있습니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천벌 받을 짓"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먼저 위성정당을 띄우고, 비례연합신당 구성을 제안했던 기본소득당이 독자 행보에 나서는 등 민주당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사진)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전 당원 투표'를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투표 방식으로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권역별 병립형' 등 복수안 내놓고 선호도 조사하는 방식과 하나의 안으로 찬반 견해를 묻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다만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선거제 논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병립형 회귀'와 '연동형 유지' 사이에서 장고를 거듭해 온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소수 정당 배분 권역별 비례제'를 제안한 이후 잠시 주춤했던 병립형 회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당원 투표는 친명(친이재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공론화에 불을 붙였습니다. 
 
설령 '당심'에 기대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택하게 되더라도 이 대표는 공약 파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난해 9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번복한 데 이어 정치개혁 의지마저 되돌린다면 무너진 신뢰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중론입니다. 
 
유인태 이어 '친명 좌장' 정성호도 '비판'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데요. 유 전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걸(선거제) 또 뒤집으면 '무신불립'(믿음이 없으면 살아 나갈 수 없다)이다"라며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그래도 이 대표를 누가 믿겠나"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앞서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낸 일,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든 일 등을 거론하며 "곤한한 건 다 당원 투표에 맡겼다"며 "못된 짓은 다 전 당원 투표에서 했다"고 질책했는데요. 이어 "독재가 항상 하는 소리가 국민만 보고 가고 대의제를 무시하고 당원 투표를 한다는 것"이라고 일침했습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쓴소리를 보탰습니다. 정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입장이 있다고 하면 의원총회를 거쳐서 의견을 모아 국민들과 당원을 설득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며 "당원들에게 어떤 게 좋은지라고 묻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조금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전 당원 투표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입니다. 
 
그는 "대표나 당이 좀 손해 본다고 하더라도 그런 게 대개 나중에 결과적으로 낫다는 게 정치하면서 느낀 경험의 결과"라며 연동형을 지키는 결단이 필요함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서서는 위성정당 방지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8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연동형 유지를 지지하며 당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습니다. 
 
위성정당 띄운 국힘…3지대 "독재자 군중동원 방식"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져있는 사이 여당과 3지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온라인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던 것과 같은 행보입니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진보 진영에 비례연합정당 구성을 제안했던 기본소득당도 '새진보연합'이라는 새로운 당명으로 연합 정당을 꾸렸습니다.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등과 함께하는 새진보연합은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은 정치개혁이라는 과제를 과거로 되돌리는 분명한 퇴행"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개혁미래당'이란 이름으로 손을 잡은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도 한목소리로 민주당을 규탄했습니다. 김종민 미래대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하겠다는 전 당원 투표는 히틀러의 나치당, 모택동의 문화혁명, 한국전쟁의 인민재판에 쓰인 독재자의 군중동원 방식으로 대중을 동원해 권력욕을 정당화시켰던 가장 비겁한 정치 수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의 건의'라는 알리바이를 만들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도 일갈했습니다. 
 
새로운미래도 논평을 통해 "정치적 부담이 두려워 책임을 당원에게 미루는 전가의 보도를 또다시 꺼내들었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다를 게 무엇이냐"고 비판했습니다. 개혁신당 역시 논평을 내고 "적어도 민주정당이라면 이재명 대표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국민의 선택을 받으라"며 "불리할 때마다 뒤로 숨으라고 전 당원 투표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직격했습니다.  
 
김진양·유근윤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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