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권역별 병립형 '가닥'…이재명 또 '공약 파기' 논란
내부 설문조사서 '권역별' 지지 과반 넘어
1월 국회서 처리 난망…소수 정당 반발
2024-01-25 17:58:48 2024-01-25 18:58:34
[뉴스토마토 김진양·유근윤 기자]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 논의에서 또다시 방향을 잃었습니다.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다, 불발된 카드였던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띄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를 묘수로 시각도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정치 개혁을 끊임없이 주장해 왔던 진보 진영에서는 성토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여전히 '공약 파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엔 전 당원 투표까지…회귀 명분 쌓는 민주당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오는 4월의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서 비례대표 선출 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채택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이 자체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기류가 읽혔다는 것인데요. 
 
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비례대표 선거제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이중등록이 가능한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선호 비율이 55대 4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당원 여론조사에는 70대 30 정도로 병립형에 대한 선호가 꾸준히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재선 의원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앞선 의총 분위기를 살펴보면 병립형과 권역별 병립, 연동형 유지 중 권역별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도 권역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하며 권역별 비례제가 절충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권역별 비례제에 동의한다면 '이중등록제'까지 수용할 지 등이 관건이라고 그는 귀띔했습니다. 
 
이날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거제는 총선승리와 당의 운명을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다. 당원이 주인인 정당에서 당원의 뜻이 무엇인지 여쭤보고 경청해야 한다"며 전 당원 투표를 제안했습니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당론으로 모아가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직까지 당론을 모을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는 당론을 정하느냐 마느냐 말할 수 없다"며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가 끝나야만 지도부에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날 의총에서는 '난상 토론'이 있을 것이란 당초 관측과 달리 선거제 개편 논의의 진척 상황 정도만 공유가 됐습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위성정당 방지법 등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전과 다름 없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혀 받아들일 의지가 없다는 것인데요, 협상 역시 진전이 없는 채 평행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권역별' 대두에도 이재명은 침묵
 
권역별 병립안이 갑자기 대두된 배경에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있습니다. 임 위원장이 권역별 비례제를 공식 제안하면서 지도부의 의중이 아니냐는 관측이 더해진 것인데요. 임 위원장은 비례대표를 수도권, 중부권(충청, 대구·경북, 강원), 남부권(호남, 부산·울산·경남, 제주) 등 3권역으로 나눠 병립형을 적용하고, 득표율 3% 이상 받은 정당에 대해서는 비례의석 47석의 30% 이내에서 배분하자고 제안했는데요. 3% 이상의 표를 받은 소수정당이 가져갈 수 있는 의석은 최대 15석이 됩니다. 
 
만일 민주당 내 선거제 개편 논의가 권역별 병립으로 급물살을 타게 된다면 이재명 대표는 '공약 파기' 논란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대선 후보 시절 긴급 의원총회까지 소집하며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불체포특권 포기'에 이어 연동형 비례제 사수 약속까지 저버린다면 이 대표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로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는 가능한 균형점을 찾겠다"고만 말하며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습니다.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도 관련 정치개혁공동행동-진보4당 연석회의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의 이 같은 모호한 태도에 진보 진영의 소수정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천호선 사회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병립형과 같이 제시되고 있는 동서3권역별 비례제는 지역통합에 역행하고 지역갈등을 격화시킨다"며 "1인1표 가치에 역행하는 민주주의 후퇴다. 다른 정당표를 탈취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는데요. 그는 "현재의 준연동형이라도 지켜야 한다. 민주당이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도 일침했습니다. 
 
결국 선거제 개편은 1월 국회에서는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2월 하순이 가까워서야 부랴부랴 합의점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통상 그래왔듯 3월 초에나 '선거의 룰'이 확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김진양·유근윤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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