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회장, '포피아 대 낙하산'
서울대 이공계·내부 출신 '포피아' 관례 이어져
외부 압력에 정권 우호적 외부 인사 가능성도 커져
24일 숏리스트 작성 후 1월말 '파이널 리스트' 확정
2024-01-17 16:24:48 2024-01-17 16:36:46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포스코 차기회장 구도가 '포피아' 대 '낙하산' 구도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사실상 내부 순혈주의 방침에 따라 2000년대 포스코 민영화 후 그룹의 수장들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서울대', '엔지니어' 출신을 택할지 관심을 모으는데요. 이 경우 포피아(포스코 마피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반면 정권에 우호적인 외부 인사가 수장으로 안착될 경우, 낙하산 논란 역시 재점화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17일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6차 회의를 열고 내·외부 롱리스트 18명을 확정했습니다. 내부 후보 6명과 외부 후보 12명이 대상입니다. 다만 후추위는 18명에 누가 속했는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포스코 사옥.(사진=연합뉴스)
 
재계 안팎에선 내부 후보자로 그룹 핵심인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재무통인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롱 리스트'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외부 후보자로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룹 'OB' 중에서는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업계 인사는 "외부 인사로 거론되는 인물 대다수가 보수정권인 MB(이명박)정부에 몸담았단 점에서 현 정권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며 "포스코 특성상 정권과 우호적 관계를 위한 역할을 배제할 순 없다. 외부 인사 면면을 보면 재무통이나 실물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철강을 벗어나 비철강 등 새로운 사업 도모에 혁신적인 역할을 할 분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후추위의 이번 회장 선임과 관련해선 포피아 대 낙하산의 경쟁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포피아는 내부 엔지니어이자 서울대 이공계 출신을 뜻하는데요. 포스코가 이번에도 이러한 순혈주의를 따를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그간 포스코 회장 자리를 내부 주류 세력인 포피아 출신이 최고위직을 도맡아 왔단 점에서 폐쇄적인 구조를 이어왔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포스코 창립 이후 외부 인사가 회장직을 맡은 건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지낸 고 김만제 회장이 유일합니다.
 
그렇다고 정권에 우호적인 외부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선 안 된다는 기조가 큽니다. 민간기업의 수장이 정권 외압에 따라 좌지우지 될 경우 정권에 휘둘리는 불안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연장선에서 포피아 출신이 아닌 비주류인 내부 출신이 더 적합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최정우 현 회장의 경우 포스코 민영화 후 최초의 비서울대, 비금속 출신인 재무통 인사로 꼽힙니다.
 
정재계 안팎에선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외압이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 여론 등을 감안하면 외부 인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에 대해 "후추위 후보에 들지 못한 제3의 인물이 의도적인 판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후추위도 "중요한 시기에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내부 그룹 사이에선 "비철강 인사가 수장이 되면 본업이 흔들린다"며 반대하는 기류도 만만치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와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순혈주의 문화가 강한 포스코가 굳이 바깥에서 인재를 찾을 일은 드물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회장 후보의 자격 요건으로 △ 경영 역량 △산업 전문성 △ 글로벌 역량 △ 리더십 △ 정직성·윤리 등 5가지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후추위는 자문단 평가 결과를 반영해 오는 24일 7차 회의에서 '숏 리스트'를 결정하고, 이달 말 심층면접 대상자인 '파이널 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입니다. 후추위는 1월 말까지 심층면접대상자인 '파이널리스트'를 확정하는데요. 파이널 리스트에는 5명가량의 후보가 오를 예정이며, 이때 후보 명단이 공개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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