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노인 표심잡기 경쟁 본격화…설화 논란도
'간병인 급여화'에 한 목소리…민주, 경로당 급식도 약속
'노인 비하' 발언엔 즉각 사과…한동훈 "다 제 책임"
2024-01-12 17:50:00 2024-01-12 18:01:0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역대 처음으로 60대 이상 유권자가 2030세대를 앞서면서 여야의 노인 표심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는 발 빠르게 대응하며 역풍을 조기에 차단하고 있습니다. 
 
'간병비 건보 적용'에 경로당 급식까지
 
현재 여야가 한목소리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간병비 급여화'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요양병원 간병 지원 시범사업 예산 16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이후 민주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 '간병비 급여화'를 내세우며 이슈 주도권 잡기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서울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후 올해 안으로 건강보험법을 개정해 간병비 급여화를 의무화하고 간병보호사 수준의 간병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민의힘도 간병비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을 인정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당정협의를 거쳐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대폭 늘리고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올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방안에 따르면, 급성질환 환자에 대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적용 병원을 확대하고 만성질환 환자가 입원한 요양병원의 간병비에 건강보험 또는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구립 큰숲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에게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식사를 마친 후 주5일 점심 제공 정책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민주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경로당 급식'으로 노인 표심 잡기에 한 발 더 앞서갔습니다. "먹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방정부와 함께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전국의 모든 경로당에서 주 5회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부식비와 인건비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정한 비율을 지원해야 한다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많이 발의돼 있는 만큼, 민주당이 노인복지법을 신속하게 개정하면 경로당 급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구상입니다. 
 
'노인비하' 발언에 화들짝…고개숙인 한동훈
 
정치권은 고령층을 위한 정책 제안에 공을 들이는 동시에 노인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설화 논란을 차단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민경우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노인 폄하 발언을 진화하기 위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초부터 직접 분주히 움직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민 전 위원은 과거 유튜브에서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요. 한 비대위원장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했음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민 전 위원은 이튿날 자진 사퇴를 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 사과 후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새해 들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전국을 순회 중인 한 비대위원장은 바쁜 일정 중에서도 대한노인회 방문을 잊지 않았습니다. 비대위원장 취임 후 첫 번째 외부 단체 방문이기도 했는데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을 만난 한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어르신을 공격하는 정당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다시금 고개를 숙였는데요. 그는 이어 "구성원 모두가 더 마음을 다듬고 언행을 신중히 하고 어르신을 공격하는 마음을 실천하도록 며칠 전에 다시 한번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어찌 그런 사람을 뽑았나"라고 질책하는 김 회장에게 한 비대위원장은 "다 제 책임"이라며 "산업화를 이뤄낸 여러분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는 게 제 정치의 첫 출발이어야 한다"고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는 또 "선거에서 꼭 이기고 싶지만 안 찍어주셔도 똑같이 공경하겠다"며 대한노인회를 찾아온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시내버스 무임승차 허용, 의료 혜택 확대, 정년제도 폐지 등의 제안이 있었고 한 위원장은 대체로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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