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재건축 전면완화…뉴타운 시즌2
윤 대통령 "재개발·재건축 규제 확 풀어버리겠다"
총선 겨냥 부동산 정책 승부수…"선거용 포퓰리즘"
2024-01-10 17:29:29 2024-01-10 18:40:44
[뉴스토마토 박진아·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확 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준공 후 30년이 지난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도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가 핵심입니다. 재개발 요건도 완화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강화한 다주택자 중과세 역시 철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앞서 '메가시티 서울'을 잇는 수도권 표심 공략 차원으로 읽힙니다. 이 모두 집값 상승 기대감을 표로 연걸시킬 '욕망의 정치'입니다. 욕망의 정치가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전례가 이번 전략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앞서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이명박(MB) 전 대통령 공약인 '뉴타운' 정책을 전면에 내걸고 수도권을 석권한 바 있습니다. 이번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역시 수도권 1기 신도시를 겨냥한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사는 이유입니다. 
 
임기 내 1기 신도시 재건축부동산 표심 '자극'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아람누리에서 열린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부동산 문제를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시키고 경제 원리에 따라,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1기 신도시(일산·분당·중동·평촌·산본) 재건축을 속도감 있게 진행, 임기 내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며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연장선에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다주택자들이 집값을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이라고(하면서)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임대주택은 당연히 다주택자의 주택에서 나오는 것인데,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해 부도덕하다고 징벌적 과세를 하면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가 전가된다"고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를 약속했습니다.
 
토론회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백송마을 5단지를 찾아 1기 신도시 정주 환경을 직접 점검하고 주민 애로사항을 정취했는데요. 이 단지는 2022년 재건축을 위해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곳이기도 합니다. 안전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었던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정책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대해 고금리, 고물가가 지속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가 불거지는 등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는 상황에서 '시장에 충분한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18대 총선 '뉴타운' 판박이…서울 48석 중 '40석 싹쓸이' 추억
 
반면 이번 대책을 두고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선거를 앞두고 집값 상승에 대한 유권자의 욕망을 자극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수도권 민심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염원인 신속한 재건축·재개발을 약속, 수도권 표심을 노렸다는 해석입니다.  
 
이 같은 행보는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보여줬던 전략과도 비슷한데요.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 판세를 확고히 다질 승부수로 MB 공약인 '뉴타운'을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대선에서 압승한 기업가 출신 대통령을 배경으로 둔 여당의 '개발 공약'은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고, 그 결과 한나라당은 서울 48개 선거구 중 40개를 싹쓸이했습니다. 여당은 당시 총선에서 '153석'을 획득해 압승을 거뒀습니다. 뉴타운 공약에 일격을 당한 통합민주당(현 민주당)은 '81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경기 김포, 하남, 광명, 구리, 과천, 성남, 고양 등 서울에 인접한 경계 도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메가시티 서울' 정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메가시티 서울' 구상과 '재개발·재건축' 약속 모두 부동산 표심과 연결됩니다.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이번 총선을 유권자의 '실리'로 바꾸겠다는 구상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다만 이 같은 총선용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추진 동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안전진단 폐지 등 이번 대책의 상당수 정책이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하는 법 개정 사항입니다. 사실상 국회 동의 여부가 관건인 셈으로, 제1당인 민주당 입장이 중요해졌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1기 신도시 재건축 지연의 책임을 야당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심성 정책 성격이 짙다"고 꼬집으며 "관련 법안 개정이 국회에 발목이 잡히면 시장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박진아·박주용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