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더 어렵다"…건설사 신용등급 강등 예고
신평사, 건설업 아웃룩 '부정적' 제시
악성 미분양·PF부실 등 하방요인 산적
2023-12-13 16:10:06 2023-12-13 17:54:08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내년 건설사의 신용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신규 사업장 착공 지연, 미분양 위험이 건설업계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섭니다. 여기에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와 부진한 현금 흐름 등으로 향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신용등급 강등도 현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1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내년도 건설업 신용등급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공사원가 부담으로 낮아진 수익성과 수도권과 지방 분양시장의 양극화, PF우발채무 현실화 등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 것입니다.
 
서울시내 도심 모습.(사진=백아란 기자)
 
실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주택통계를 보면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된 인허가 물량은 27만391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6.0%가 감소했으며 누계 착공 물량은 14만1595가구로 반토막 났습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10월말 기준 총 5만8299가구로 한달 전보다 2.5%(1507가구) 감소했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1만224가구)은 7.5%(711가구) 증가했습니다.
 
착공과 공급은 줄어든 반면 주택 익스포져(위험노출·exposure)는 커지며 재무안정성 부실이 제기되는 모양새입니다. 신용평가 3사는 올해 하반기 들어 GS건설 신용 등급전망을 일제히 내렸으며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신세계건설의 무보증 회사채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사고와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으로 민간 수주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주택 분양물량 감소의 영향이 본격화되며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 "수익성 개선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공사미수금 등 운전자본 부담으로 재무안정성 역시 과거 대비 저하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PF 차환 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점과 안전사고 발생 등에 따른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건설업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한기평은 롯데건설, 태영건설 등 PF우발채무위험이 높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차환여부와 만기구조 장기화, 유동성 확보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GS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태영건설을 지목하며 재무안정성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의 경우 각각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와 학동·화정 건설현장 사고로 수주경쟁력 등이 저하할 가능성이 존재하다는 지적입니다.
 
롯데건설은 시행사에 대한 PF우발채무가 9월 말 기준 4조97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과도하며 태영건설은 미착공 현장의 지방 소재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표=국토부)
 
신용평가는 지난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하는 후행지표라는 점에서 내년 건설사 신용도의 줄하향을 예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건설사 회사채(예탁원 건설업종 기준·사모포함)도 3조8855억원(266건)에 달한다는 점도 재무안정성의 위협요인으로 꼽힙니다.
 
김 연구원은 "내년 건설업계 신용도 핵심은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 PF우발채무의 현실화 여부"라며 "고금리에 따른 주택 수요부진은 건설사 영업실적 개선 시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이고, 건설 경기부진으로 금융권의 건설업 익스포저가 축소되는점은 리스크확대 요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PF우발채무의 차환리스크는 불확실한 주택 경기와 악화된 건설사에 대한 투자 심리 등을 감안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주택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재무적완충력이 취약한 가운데 PF우발채무 규모가 과도하거나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이어 "미분양 리스크 관리 목적으로 지방 지역에서 분양이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예년 수준을 초과하는 입주예정물량을 감안하면 지역별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선투입자금의 회수가능성이 저하하면서 건설사의 부진한 현금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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