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새 수장에 김동명…"권영수 존재감 지워야 '차석용 전철' 없다"
엔지니어 출신 김동명, 경영 전문성 강점
중국 추격 속 엔솔 체질 바꾼 권영수 능가할지 주목
'차석용 매직', 세대교체 후 LG생건 실적·주가 부진 사례도
2023-11-22 13:21:42 2023-11-22 17:40:1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새 사령탑이 된 김동명(54) 사장이 풀어야 과제가 산적합니다. 무엇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혈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전임 권영수 부회장의 빈자리를 김동명 신임 사장이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김 전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업의 지속 성장과 미래 준비를 위해 제품 경쟁력 강화, 품질 역량 고도화, 선제적 미래준비 관점의 조직역량 강화 등에 인사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신임 CEO로 선임된 김동명 사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우선 김 사장이 권 전 부회장의 존재감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최대 당면 과제가 됐습니다. 재계에선 지난해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의 교체 당시와 비교하며 '권영수의 존재감을 지워야 차석용 전철이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 사장이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 개발 도약이 기대될 수 있지만, 엔지니어적인 기술 관점과 사업 경영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권 전 부회장의 경우 고 구본무 회장의 전폭적 지지를 업고 LG에너지솔루션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2차전지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한때 주요 임원들이 만년 적자를 이유로 사업 포기를 건의했다가 고인에게 큰 질타를 받은 일은 2차전지를 대하는 선대회장의 확신과 의지를 잘 보여줍니다. 선대회장의 특명을 받고 구원투수로 투입된 권 부회장은 2차전지에 대한 화학 중심의 접근법을 전자와 ICT로 돌려세운 바 있습니다.
 
또 권 전 부회장은 지난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수장이 된 뒤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는데요. LG디스플레이 사장, LG화학 사장(전지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LG그룹에서 다수의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배터리 사업의 내실을 키운 바탕이 됐습니다. '재무통'으로 불리는 권 전 부회장의 사업적 감각과 재무적 역량까지 더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시총 2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던 셈입니다.
 
앞서 '차석용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차 전 부회장도 취임 후 매년 실적을 경신하며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끈 바 있습니다. 차 전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7차례 연임에 성공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8조915억원 매출을 올리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17년 연속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는데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차 전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며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올렸습니다. 하지만 바통을 이어받은 후임 이정애 사장 체제 하의 LG생활건강은 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에 시달리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이 권 전 부회장의 빈자리를 대체할 능력을 갖췄는지가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의 명운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여기에 중국의 매서운 추격세를 따돌리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입니다. 기술력과 완성도에서는 K배터리가 크게 앞서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의 가격경쟁력은 LG에너지솔루션이 고민해야 할 대목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유럽연합(EU) 배터리법·중국 흑연 수출통제 등 주요국들이 자국우선주의 노선을 강화하는 상황인데요. 이처럼 첨단산업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배터리 업계의 장기적 생존방향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습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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