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사주 소각·배당까지…주주가치 제고 '안간힘'
현대건설·HL홀딩스 등 중기 주주환원책 발표
삼성물산·DL이앤씨, 배당금 강화 가능성 주목
건설사 수익성 악화에도 기업가치 제고 힘실어
2023-11-09 15:23:45 2023-11-09 16:45:44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건설사들이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습니다. 고금리와 원가율 부담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며 건설사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중기 배당정책을 발표하며 기업가치 강화에 힘을 싣는 모습입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 D&I 지주사인 HL홀딩스는 내달 1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개정과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결의할 예정입니다.
 
자본준비금 감소는 이익잉여금 전환 차원으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됩니다. 상법상 기업들은 결손을 해소하기 위해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결손금) 항목으로 이입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배당재원을 확대할 수 있어섭니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HL홀딩스 사옥.(사진=각사)
 
향후 3년(2024년~2026년)간 중기 주주환원정책도 마련했습니다. HL홀딩스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앞으로 3년 간 총 200억원 규모의 자기 주식을 분할 취득 후 소각하는 한편 매년 주당 최소 2000원을 배당하기로 했습니다. 매년 배당 총액 기준 200억원과 소각 기준 70억원을 합해 총 270억원 상당이 주주에게 환원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와 가시성, 지속성을 제고한다는 게 HL홀딩스의 입장입니다.
 
이에 앞서 HL홀딩스는 지난 5월 105억원 규모의 보통주 30만2660주를 소각했으며 HL디앤아이한라는 2021년 9월 매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최대 40%까지 현금배당과 자사주를 매입·소각한다는 내용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수립·추진 중입니다.
 
현대건설·DL이앤씨 등 적극적 주주환원 지속
 
지난 2020년 배당정책 발표 이후 3년간 배당을 실시해 온 현대건설은 지속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이어가기 위해 향후 3년간 적용할 배당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배당정책에는 기존의 배당성향 20~30%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최소 주당배당금(DPS)을 지난해 수준의 600원으로 설정한다는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배당성향은 외환 관련 평가손익을 제외한 별도 조정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며, 영업이익 기준으로 환산시 15~25% 수준입니다.
 
아울러 배당기준일을 기존 결산기말일에서 주주총회 이후로 변경함으로써 배당 예측가능성을 제고했습니다. 현대건설 측은 “성장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실적에 연계한 배당을 통해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전략도 눈에 뜁니다. 통상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발행주식수가 줄면 주당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주주이익을 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SGC이테크건설은 이달 2일 발행 주식수의 3.07%에 해당하는 자사주 10만3028주 소각했습니다. SGC이테크건설의 자사주 소각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2월 공언한 주주환원 정책을 실천한 것입니다.
 
DL이앤씨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관심입니다.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DL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만큼 내년 초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 제시할 주주환원책이 기대되고 있어섭니다.
 
현재 DL이앤씨의 주주환원정책(2021~2023년 주주환원정책)은 지배순이익을 기준으로 순이익의 10%를 현금배당, 5%를 자사주 매입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DL건설 100% 지분 확보를 통해 지배순이익이 증가하면 배당 재원이 늘어나 배당금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DL건설 완전 자회사 편입 이후부터는 연결 기준 순현금을 제약 없이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한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과 투자계획 실행이 DL이앤씨 주가의 추세적인 재평가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밖에 삼성물산의 경우 영국계 자산운용사 CLIM이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초 발표한 3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담은 주주환원책 이외 추가적인 주주환원책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으나 지배주주일가 상속개시로 남은 상속세 재원마련을 위해 배당지급을 강화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보유자산 대비 극심한 저평가 구간에 있다”며 “향후 5년에 걸쳐 보유 자사주(보통주 13.2%, 우선주 9.8%)를 전량 소각할 예정으로 소각 관련 구체적인 추가 발표도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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