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영어에 이재용 '실망'…연말 인사 반영?
해외 출장 시 계열사 사장 대동…바이어와 소통 질책
"영어 실력 안 좋은 임원, 한 달 전부터 발음 교정 받기도"
승진 심사서 영어·중국어 주요 평가 기준…이재용 "외국어, 그 나라 사고 배우는 것"
2023-11-09 15:02:11 2023-11-09 16:44:4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의 서투른 영어 실력에 크게 실망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회장은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대통령 해외 순방을 동행하는 등 잦은 출장으로 바쁜 나날들을 보냅니다. 이 때마다 적재적소에 맞는 관련 계열사 임원들도 함께 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영어가 서툴러서 큰 실망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방문 등에 모두 함께 했습니다. 앞서 중동 순방에는 삼성물산 오세철 사장과 지형근 부사장, 삼성엔지니어링 남궁홍 대표이사 등이 이 회장과 동행했습니다. 오 사장은 한-UAE 경제 사절단에도 포함돼 이 회장 곁을 지켰습니다. 지난 6월 베트남 순방엔 박승희 삼성전자 CR(대외협력)담당 사장이 함께 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자랑합니다. 이 회장을 알아보고 찾는 많은 해외 유력 인사들을 동행한 재계 다른 총수들에게 소개해 주는가 하면,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도 일일이 응해준다고 합니다. 물론 유창한 영어 실력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동행한 계열사 임원들의 영어 수준이 이 회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아 여러모로 실망을 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임원들의 영어 수준에 실망을 느끼고, 개인선생을 붙여서라도 실력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 회장과 임원들과 같이 해외 바이어를 만난 자리에서 한 임원이 서툰 영어를 쓰자, 도리어 이 회장이 소개해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귀띔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영어 실력이 좋지 않은 임원들이 한 달 전부터 따로 개인 교습을 받으며 발음 교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임원들 사이에선 외국어 회화 실력이 연말 인사에 반영될까 두렵다는 반응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파악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는데요.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승진 심사 때 영어와 중국어 회화 능력을 주요 평가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최대 2개 어학성적을 반영해 인사 반영에 추가 점수를 주는데요.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어학 실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겁니다.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 외국어의 중요성은 늘 강조돼왔다. 과거 한 임원은 영어 연습을 위해 늘상 차에 영어 CD를 틀어놓고 따라하기도 했다"며 "독하게 공부한 덕분에 영어 프레젠테이션 실력이 월등히 올랐고, 지금도 삼성에서 원로급 인사로 대우받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 회장의 영어 실력은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평택 삼성반도체 캠퍼스 방문 당시 연단에 올라 1분37초간 환영사를 영어로 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일본 게이오대학교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이 회장은 일어와 영어 모두 능통합니다.
 
이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외국어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VD(비주얼 디스플레이) 사업부 신입사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외국어 공부를 더 안 한 게 후회된다"고 했는데요. 이어 "영어와 일본어는 하는데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며 "중국어랑 불어도 공부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외국어 공부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언급했습니다. 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사고, 가치관, 역사를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도 외국어를 더 공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이 회장은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과시하고 있는데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부터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까지 이 회장의 네트워크는 정재계에서 두터운 인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올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윤 대통령에게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를 소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아몬 CEO와 인사를 나눈 윤 대통령은 "반갑다. 한국 사람 중 퀄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인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글로벌 인맥과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결합해 해외 사업 협력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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