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리포트)코로나 특수 끝난 씨젠, '다음'이 없다
2020년 창사 이래 첫 매출 1조 클럽 입성
엔데믹 이후 신성장 동력 상실…'주가하락·실적악화' 고전
2023-10-20 06:00:00 2023-10-20 0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유전자 정보가 들어있는 DNA와 RNA 분석을 통해 질환의 원인을 검출하는 분자 진단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영위하는 씨젠은 진단 키트 하나로 코로나 펜데믹 특수를 톡톡히 누리면서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자 주가 하락과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새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죠.
 
씨젠은 코로나19 당시 유전자 증폭(PCR) 진단 사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대표적인 코로나 수혜주로 꼽히며 승승장구했는데요. 1219억5328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코로나 펜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에는 무려 1조1252억원으로 1년 새 800% 이상 급증했습니다.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 기록과 동시에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것인데요.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24억2315만원에서 6761억8973만원으로 3000% 가까이 폭증했죠.  
 
2023년 상반기 연결 포괄손익계산서(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누적 영업손실  '234억3602만원'
 
하지만 엔데믹 전환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실적은 급전직하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1% 급감했습니다. 급기야 올해는 적자 전환해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말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34억3602만원으로 연말까지 적자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2년 가까이 최대 호황을 누렸지만, 엔데믹 이후 사업전환 방향과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며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죠.
 
주가 하락세도 심각한데요. 2020년 8월14일 16만1926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1만원대 후반으로 추락했습니다. 19일 씨젠의 주가는 전날보다 0.91% 하락한 1만954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씨젠은 한때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 하기 위해 준비해왔지만, 지난해 돌연 이전상장 계획을 연기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제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죠.  
 
씨젠 연구원들이 서울 성동구 씨젠 의료재단 분자진단센터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분석·검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하위 D등급' 지배구조 개선 시급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씨젠의 ESG 등급이 이전상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오자 ESG 등급을 개선한 이후 코스피 이전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죠. 씨젠은 2021년 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ESG 종합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D를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종합 C등급을 받으며 한 단계 등급이 상승했지만, 코스피 이전상장에 부합하는 ESG 등급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씨젠은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 각각 B, B+등급을 받았지만, 지배구조 부문은 최하위 D등급을 받았습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씨젠의 최대 주주는 18.21%의 지분을 보유한 천종윤 대표이사입니다. 이어 천 대표의 숙부인 천경준 회장이 천 대표 다음으로 많은 3.54%의 지분을, 천 대표의 동생인 천종기 씨젠의료재단 이사장이 2.22%, 천 회장의 아내인 안정숙 씨가 1.67%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씨젠은 2010년 상장 당시에도 천 대표는 지분 32.69%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고, 다음으로 천 회장 14.71%, 안정숙 씨 7.35%, 천 이사장 5.8%의 지분을 보유하며 오너 회사로서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씨젠은 제2의 도약을 위한 활로 찾기에 한창인데요. 대표적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진단시약개발 및 기술 공유 등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죠.
 
최근 씨젠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발행하는 영국의 스프링거 네이처와 공동으로 15종 진단시약 개발을 위해 전세계 과학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공개모집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신드로믹 정량 PCR 진단시약 15종을 개발하기 위해 요로감염, 피부사상균증,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 유발 호흡기 감염, 비결핵 항산균 폐 질환, 진드기 매개 감염 등 15개의 지정과제로 구성됐습니다. 이번 달까지 임상과제 수행자를 공모하고 내년 3월15일까지 평가 등 선정 과정을 거친 후 본격적으로 시약개발에 들어갈 예정인데요.
 
신드로믹 PCR은 동시 다중 분자 진단 기술로 질병을 유발하는 여러 병원체를 한 번에 검출할 수 있는 검사입니다. 원인균 판단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인 대용량 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이번 프로젝트는 분자 진단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PCR 검사 대중화와 생활화를 구체적으로 실현해 진단 수요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목표와 부합하기도 하죠.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 공략 강화를 통해 내년부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주목됩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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