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염수마저 집어삼킨 이재명 사태
오염수 방류 중단 대국민 서명에서 이재명 탄원서로 전환
2023-09-25 17:19:33 2023-09-25 20:12:4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일본이 지난달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한 이후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역대 최장인 '단식 24일'이라는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단식 계획을 밝힐 때, 윤석열정부를 향해 오염수 방류 반대를 격렬하게 외쳤는데요.
 
단식 5일째부터는 오염수 관련 발언이 확연히 줄어들더니, 열흘을 넘어가면서는 민주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오염수 관련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잠잠하기까지 한 상황 속에서 이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가부 여부와 구속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당초 이 대표가 단식 초기 내건 조건들이 모두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화력 집중한 '방류 반대'…자취를 감추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단식 계획을 밝히면서 윤석열정부를 향해 오염수 방류 반대와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포함한 3가지 요구 사항을 내세웠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단식 초기 다른 요구사항보다 오염수 방류 반대에 화력을 집중했는데요. 실제 지난 1일 이 대표는 "지금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하겠다는데, 창씨개명이 딱 떠오릅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오염수 방류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단식 5일째부터는 오염수 메시지가 확연히 줄어들면서 내각 총사퇴를 전면에 내세우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총리를 포함한 내각이 총사퇴하고 이 사태의 책임을 지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고 언급하면서 내각 총사퇴에 무게 중심을 옮겼습니다.
 
이후 이 대표의 단식이 열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민주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오염수 관련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았고, 단식이 중단된 현재까지도 오염수 관련 언급은 없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국제공동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탄 단식 논란까지…집회조차 외면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이 격렬하게 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쳤지만 최근 들어 잠잠해진 것은 국민뿐만 아니라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도 관심도가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는 약 7000여명의 참가자가 모였습니다. 하지만 단식이 중간 시기로 접어든 지난 9일 집회에는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000여명이 모이면서 참가자가 확연히 줄어든 모습을 보였습니다. 참석률이 저조하자 민주당은 추가 집회도 열지 않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오염수 방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습니다. 이는 이 대표의 단식 명분 중의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가부 여부와 구속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오염수 방류 반대 움직임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오염수 반대 대국민 서명 운동과 집회는 이 대표의 영장 기각을 요구하는 탄원서 서명 운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대표가 단식 초반 내걸었던 조건들은 모두 실종되면서 사실상 '방탄 단식'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정부와 전면에서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는데, 체포동의안 문제로 번지면서 이 대표의 단식 결과가 당내 갈등 분출로 끝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가 지난 22일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