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문책성 개각…신원식·유인촌·김행 '강성 천하'
이종섭 국방부 장관 사의 표명…민주당 탄핵 사전 차단
이르면 13일께 소폭 개각…전투력 강한 '매파' 합류
2023-09-12 17:54:54 2023-09-13 13:12:19
 
[뉴스토마토 박진아·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13일 사의를 표명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 등에 대한 소폭 개각을 단행합니다. 이 장관의 후임으로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이,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상 '문책성 개각'에 나선 윤 대통령은 전투력 강한 강경파를 전진 배치, 이들에게 '대야 선봉장'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입니다. 
 
'사의' 이종섭 후임에…'홍범도 이전' 밀어붙인 신원식
 
이 장관은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직후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지낸 3성 장군 출신인 이 장관은 지난해 5월11일 취임 후 1년4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는데요.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6월 국방부가 사드 환경영향평가 결과 발표를 당과 조율없이 진행하면서 개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왔습니다.
 
이 장관이 이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도중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한 데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민주당은 군 사망 사건 수사에는 관여할 수 없는 국방부 장관이 수사에 개입한 것은 법 위반이라는 판단 아래 이 장관에 대한 탄핵 방침을 공식화했습니다.
 
탄핵 얘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으로서 안보 공백 사태를 우려해 물러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데요.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장관의 직무는 정지되고 사퇴 또는 해임도 할 수 없습니다.
 
이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민주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논란을 덮으려는 수작"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국방부 장관 탄핵 대신 고 채 상병 특검법안을 추진하는 방침으로 선회했습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미 제출한 특검법을 추진해 국방부 장관이 교체되더라도 외압 관련된 분들의 책임을 확인하고 추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의 후임으로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신 의원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합동참모차장 등을 역임한 예비역 중장 출신입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가장 먼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찬성 입장을 밝히는 등 '강성 인사'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인촌, 이동관과 투톱여가부 장관에 김행 유력
 
국방부와 함께 문체부, 여가부 장관의 교체도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국정과제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문체부의 경우 장관 후보자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명박정부 시절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특보는 업무 추진력 등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특히 그가 문체부 장관을 지낼 때 국가정보원이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탄압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내세워 언론 투톱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책임이 일었던 여가부 역시 개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는 김행 전 비대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요. 김 전 비대위원은 여권 내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됩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사퇴는 민주당의 탄핵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며 "또 고 채 상병 사건이 워낙 중대하니 앞으로 특검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 장관의 사의를 통해 장관과 관련된 증거들이 해소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박 평론가는 이어 "유인촌 특보의 경우 이미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문체부 장관을 지내면서 국민들과 싸웠고, 실패한 사람이라는 검증이 완료됐다. 다만 윤 대통령 코드에 잘 맞는 것"이라며 "이번 개각은 합리적이고 중도 지향성을 갖춘 인물 중심의 개각이 아닌 만큼 국민의힘은 오히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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