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과잉"…홍준표·유승민 이어 김태흠까지 '릴레이 비판'
정치권 '이념 논쟁' 일파만파…여권 내부조차 반대 목소리
김태흠 "광복 이전 공산당 가입 전력 문제 안돼" 쓴소리
2023-08-29 16:32:48 2023-08-29 18:54:3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치권에 '이념 논쟁'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역사·이념 논쟁으로 번지면서 연일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조차 독립영웅들의 흉상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여권이 시작한 '이념 전쟁'을 놓고 대한민국은 사분오열 분위기입니다.
 
여권 내부조차 거세지는 반대 목소리
 
김태흠 충남지사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독립영웅들의 흉상 이전 추진에 대해 '반대한다'는 소신을 재차 밝혔습니다. 그는 "홍범도 장군 같은 경우는 만주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 김좌진 장군과 청산리 대첩도 있고 봉오동 전투도 이끈 장본인"이라며 "광복 이후의 대한민국 건국, 6·25 전쟁과 함께 맞물려 판단해야지 그전의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김 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홍범도 장군은 조국을 위해 타국만리를 떠돌며 십전구도했던 독립운동 영웅"이라면서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한 중공군도 아닌데 철 지난 이념논쟁으로 영웅을 두 번 죽이는 실례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정 동력이 유한하고,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에게 모욕을 주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민생의 문제는 절대 아니고 심지어 이건 보수진영의 보편적인 지향점이라기보다는 그저 일부의 뉴라이트적인 사관에 따른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논란은 하루속히 접는 것이 좋다"며 "잘하는 것 하자, '백지화'"를 외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홍 장군이 한국전쟁을 일으킨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한 중공군도 아닌데 이제 와 논란을 만드는지 참 할 일도 없다"고 지적했으며,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흉상 철거 이유가 홍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는데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고 꼬집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교수 역시 "5인의 흉상을 이전하겠다는 육사의 계획에 대해 후손으로서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그런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를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려 하는 한편, 우당의 역사적 동지로서 부당한 사상검열의 표적이 된 홍범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 24일 충남도청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 "소가 봐도 웃을 일" 강하게 질타 
 
야권 역시 강한 표현을 총동원해 반대의 뜻을 연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겨우 5년짜리 정권이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를 재단하고 전복하려 하다니 오만함의 끝을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국정을 운영하라고 권한을 준 것이지, 역사를 마음대로 뒤집으라고 권력을 준 것이 아니다"며 "독립운동사 지우기에 대통령실이 무관하다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철거를 취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친손자인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소가 봐도 웃을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대한민국 건국의 기초가 된 무장독립투쟁의 역사가 부인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역사가 또 다시 한 번 왜곡되는 불행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범도 장군은 옛 소련 땅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항일 무장투쟁을 벌이다 광복 2년 전에 생애를 마감했다. 그런 장군을 북한이나 6.25와 관련 짓는 정부의 천박한 인식은 국가와 역사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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