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카르텔 혁파'에 메스 든 국토부…효과는 '미지수'
국토부 등 관료 출신, GS건설 등 협회에 퍼져
LH발 전관 대책, 실효성 물음표…"기준 필요"
2023-08-23 06:00:00 2023-08-23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국토교통부가 ‘이권 카르텔’ 혁파에 메스를 들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실공사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누락 원인으로 LH출신 전관이 설계·감리업체에 다수 취업하며 전문성 저하를 가져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와 LH는 전관 업체와의 용역계약을 전면 백지화하는 등 전관 카르텔 근절을 위한 대책을 내놨으며 오는 10월 중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방안도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문제는 건설업계의 전관예우나 낙하산이 LH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국토부 퇴직 공직자도 건설 관련 협회 등으로 진출해 활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GS건설의 경우 최근 10년 새 사외이사진에 재정경제부 국장 출신의 진병화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2012년 3월 선임)과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2016년 3월 선임), 김경식 전 국토부 제1차관(2019년 3월 선임) 등 관료 출신이 몸을 담았으며 현재는 강호인 전 국토부 장관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협회나 연구원으로 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건설교통부의 주요 직책을 거쳐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한국감정원 원장직을 수행했으며 박선호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입니다.
 
지난해 선임된 이영규 한국주택협회 전무이사는 국토부 관료 출신이며, 건설산업 연구기관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는 국토해양부 출신인 이충재 원장을 비롯해 이재영(8대)·이춘희(5대)·최재덕(4대)·이건영(2대) 원장은 국토부 차관 등을 거쳤습니다.
 
이권 카르텔을 깨려면 국토부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토부와 관련된 모든 전관 이권 카르텔을 철저히 끊어 미래로 가는 다리를 다시 잇겠다'라고 밝혔지만, 낙하산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모습입니다.
 
강전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감사의 경우 원희룡 경선캠프와 윤석열 대선캠프 부대변인 활동 이력으로 논란이 됐으며 최근에는 관련 경력이 전무한 김오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이 국토부 1차관에 임명되면서 잡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경기도 화성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현장을 방문, 현장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사진=국토부)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부터 관련 업계로 옮겨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이권 카르텔 혁파안이 나오기 전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셈입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LH뿐만 아니라 국토부나 도로공사, 국가철도공단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전관이 한명도 없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전관이 있는 곳에 대한 계약 중단 같은 대책보다 제대로 된 설계와 감리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짜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관료 출신 인사에 대해 전문성을 인정하고 네트워크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는 평가입니다. 다만 법적대응 등에 필요한 소위 ‘방패용’과 ‘낙하산’이라는 우려를 피하기 어렵고 관피아가 득세할 경우 유관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려워지고, 임원진의 전횡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전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로 LH가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년 전 LH가 혁신안을 발표한 이후 최근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를 받은 LH 퇴직자는 총 21명으로 취업 불가 판정을 받은 퇴직자는 1명에 불과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업종 퇴직자 이후 관련 업계에 재취업하는 것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면서 “무조건 전관이 안된다고 하기보다 오히려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불법과 합법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식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로비에 대한 패널티를 줘야 한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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