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새 3조 증가…건설사, 미청구공사액 빨간불
삼물·현건 등 대형건설사 미청구공사액 14조 달해
현금흐름 악화·대손상각비 처리 등 잠재적 부실로 작용
2023-08-17 06:00:00 2023-08-17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대형건설사가 시공에 들어가고도 못 받은 미청구 공사금액이 올들어 30% 가량 증가하면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업황이 악화한 가운데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국내외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호반건설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반기보고서를 공개한 9개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미청구공사액은 13조990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는 작년 말(11조1071억원)에 견줘 25.96% 증가한 수준입니다. 불과 반년 새 3조원 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미청구공사는 수주 직후 발생한 계약원가에 대해 발주자로부터 받을 예정인 계약자산으로, 미래 손실가능성을 추정하는 지표로 통합니다.
 
통상 미청구공사액은 해외 사업 확대 등으로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공기 지연 등에 따라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확정손실인 대손상각비로 처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의 잠재적인 부실 뇌관으로도 꼽힙니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양극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건설사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간과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건설사별로 보면 대형건설사의 경우 GS건설을 제외하고 모두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삼성물산의 별도기준 미청구공사액은 2조2856억원으로 작년 말(9869억원)과 비교해 130% 급증했습니다. 삼성물산의 미청구 공사액 증가폭은 10대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공사 미수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올해 9월 완공 예정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사업인 ‘평택 FAB 3기 신축공사(5354억원)’로, 손실 위험이 크지 않지만 내년 4월 완공 예정인 사우디 리야드 메트로(Riyadh Metro) 등 해외사업도 포함됐다는 점에서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입니다.
 
 
(표=뉴스토마토)
 
현대건설의 경우 미청구공사가 3조3894억원으로 반년 새 41% 뛰었는데 이 가운데 둔촌주공 재건축 등 건축·주택부문 관련 미청구공사액이 1조8702억원으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엔지니어링은 발릭파판 정유사업(RDMP Balikpapan Refinery)과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Polimery Police PDH/PP Project) 사업 등과 관련해 미청구공사채권이 반영되면서 미청구공사액은 1조4465억원으로 16.6% 늘었습니다.
 
반면 GS건설의 경우 인프라부문(3284억원)을 제외한 건축·주택부문(4993억원), 플랜트(369억원), ECO사업(330억원) 등의 분야에서 계약자산이 줄어들며 전체 미청구공사액은 24.5% 감소한 897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밖에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의 미청구공사액은 각각 5930억원, 1조6000억원으로 20%대 증가폭을 나타냈으며 롯데건설은 1조7100억원으로 미청구공사액이 16.5% 늘었습니다. 여기에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은 부채비율도 악화하고 있어 매출액보다 자산건전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수요 회복세가 제2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의 자산건전성과 최종적인 회수 가능성을 개선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금융기관 부동산 PF대출 익스포져 중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수도권 아파트보다 아직 수요 회복세가 미진한 지방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높다”면서 “부동산 시장과 부동산 PF 금융의 동향, 경착륙의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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