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이어 점검 대상도 누락…위기의 LH
혁신안에도 전관예우·이권카르텔 여전
이사회 제 역할 못하고 전수조사도 허술
하반기 3기 신도시 정비 사업 등 악영향
2023-08-11 06:00:00 2023-08-11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LH의 주인이자 고객은 국민으로, 국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엄격한 청렴·윤리 기준을 LH 모든 업무에 적용하고, 혁신계획과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
 
작년 말 ‘LH 혁신 선포 및 청렴 서약식’에서 나온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발언입니다. 지난 2021년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등으로 저하된 신뢰를 회복하고 전관예우를 근절해 불공정·부조리를 해소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입니다.
 
그러나 이한준 사장의 말은 공염불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4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를 시작으로 파주 운정(A34 임대), 남양주 별내(A25 분양), 아산 탕정(2-A14 임대) 등 LH가 공급한 무량판 아파트 15곳에서 철근 누락 사태가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사진=LH)
 
특히 이 과정에서 LH 퇴직자가 설립, 주식을 보유한 한 업체는 4년간 166억원 규모의 감리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LH의 고질적인 전관예우가 설계·구조 전문성 저하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LH는 무량판 구조 미흡단지 설계·시공·감리와 관련된 업체와 관련자에 대해 전단보강근 미시공과 오시공을 이유로 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하고 보강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누적된 사태로 ‘이권 카르텔’의 온상으로 전락하며 존재 필요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경영을 감시해야 할 이사회 역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는 GS건설이 시공하던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이후 4차례 이사회를 가졌는데 △상생협력기금사업 추진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직제규정 일부 개정 △패시브하우스 리츠 해산 △중장기(2023~2027) 재무관리계획(안) 등만 상정·논의할 뿐 전관 예우나 이권 카르텔, 부실 시공에 대한 문제는 다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경기도 화성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현장을 방문, 현장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사진=국토부)
 
여기에 지난 9일에는 안전점검 대상에서 누락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10곳을 추가로 발견하고 긴급 안전점검에 들어가면서 전수조사가 첫 단계부터 허술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실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기도 화성시 비봉지구 A-3 BL 공공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열린 'LH 건설현장 감리실태 점검' 회의에서 “현황조차 취합하지 못하는 LH가 존립의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신뢰가 바닥을 치다보니 LH의 중점 과제에도 악영향이 가해질 전망입니다.
 
당초 LH는 올해 3분기 내에 △고양창릉 △남양주왕숙·왕숙2 △부천대장 △하남교산 등 3기신도시 4곳의 보상을 완료하고, 조성공사를 시작하는 한편 윤석열정부의 공공부양주택인 뉴:홈 공급과 경기 부천, 안양시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지원 등 216개의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조직 자체가 공신력이 무너지며 정책 동력이 상실, 사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부실공사 논란은 제도가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적절한 (구조)설계와 그에 충실한 시공’, ‘원칙을 준수하는 실행역량’의 얘기로 귀결된다”면서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에 ‘적절한 패널티’를 고민하는 동시에 ‘실행역량’의 확립에 대한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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