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전경련 복귀 만지작…상근부회장에 김종훈·박태호 등 낙하산 조짐
삼성 준법감시위 열고 한경협 복귀 검토 예정
김병준 6개월 쇄신 미흡 지적…새 수장 류진 회장, 러닝메이트에 외교부 출신 내정설도
외교부 출신 고위 관료 등 하마평…재계 "관료 자리 나눠주는 게 쇄신이냐" 반발
2023-08-09 14:54:52 2023-08-09 16:59:45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 복귀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삼성의 행보에 따라 현대차·SK·LG 등 나머지 그룹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경련의 최대 과제가 4대 그룹의 재가입인 만큼 재계 1위인 삼성의 결정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전경련 수장으로 추대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함께 일할 상근부회장으로 외교부 출신 고위 관료를 낙점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16일쯤 준법감시위원회를 열고, 전경련 복귀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당초 22일이 정기회의였으나 전경련 임시총회와 날짜가 같아 총회 전 전경련 복귀 문제를 매듭짓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전경련의 오는 22일 총회 안건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의 협회명 변경과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흡수 통합, 차기 회장 선임 등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보다 앞서 열리는 삼성 준감위 임시회의에서는 한경연의 회원 자격을 자동 승계하는 데 따른 정당성을 검토할 전망입니다. 전경련이 임시총회에서 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안을 의결하면 자연스럽게 통합 기관인 한경협 회원사가 되는데요. 2016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 후 삼성과 계열사들은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경연의 회원사로 남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준감위에선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에 복귀 수순을 밟을 경우 예상되는 법적 문제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준감위 내부 논의 후 삼성 계열사인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이 이사회를 열고 복귀 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4대 그룹이 복귀 명분으로 내세운 전경련의 '쇄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재계 맏형'으로 불리던 전경련은 국정농단 당시 K스포츠·미르재단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한 사실이 드러난 후 4대 그룹이 탈퇴하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는데요.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의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당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총수의 입을 통해 '전경련 활동을 안 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이를 번복할 만한 복귀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정재계 안팎에선 전경련이 이렇다 할 쇄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경련 혁신 업무를 수행키 위해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구원투수로 앉혔으나, 도리어 정경유착 논란을 부채질했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김 대행은 지난 대선과 인수위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 몸 담은 윤 대통령의 측근 중 한사람입니다. 이런 이력 탓에 김 대행이 전경련의 과도기를 이끄는 게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경련의 위상 추락 원인이 정경유착 때문이었는데, 다시 정경유착을 하고 있다는 게 주된 지적이었습니다. 재계에선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김 대행이 전경련 상근 고문으로 남는 데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김 대행 6개월 간 전경련의 쇄신도 미흡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쇄신 명목으로 명칭을 한경협으로 변경, 한경연 흡수로 싱크탱크 기능강화, 윤리경영위 설치 등을 혁신안으로 내놓은 게 전부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모습.(사진=연합뉴스)
 
상근부회장에 외교부 출신 내정설…김종훈·박태호 등 거론
 
한경협을 이끌 류 회장의 러닝메이트인 상근부회장에 외교부 출신 전직 고위 관료 내정설도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김종훈·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김 전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진두지휘했던 인물로 2012년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돼 19대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 의장을 지낸 바 있습니다. 박 전 본부장의 경우 국제무역·통상분야 전문가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등 국제적 정책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바 있는 인물입니다. 경제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어학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13년 세계무역기구(WTO)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이명박(MB)계로 경제·외교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상근부회장은 연봉이 높고 대우가 좋아 너도나도 가고 싶어 하는 자리 중 하나"라고 귀띔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경련 회장은 상징적 자리일 뿐이고 상근부회장이 협회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실질적 권한을 지녔다"고 했습니다.
 
재계에선 협회에 관료 출신을 영입하고 김 대행이 상근 고문으로 남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비판 요지인데요.
 
재계 한 인사는 "삼성이 조건부 복귀를 검토한다는데 상근부회장으로 관료들이 들어오면 관치의 연장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재계가 관료의 지배받을 때는 지났다. 민간이 창의성을 갖고 자유롭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경련 쇄신이란 게 관료 출신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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