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의 회장님 돋보기)'미국통' 류진 회장의 '동전외교'
전경련 차기 회장 유력…방위 산업 특성상 미 정재계와 친분
장인 노신영 전 총리 소개로 부시 가문과 돈독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지만 "활달한 성격에 글로벌 마인드"
2023-08-07 06:00:00 2023-08-07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미국 정재계와 친분이 있는 '미국통'으로 평가받습니다. 류 회장은 그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정도로 공개 활동이 적었습니다.
 
풍산은 총알과 동전을 만드는 회사인데요. 사업 자체가 소비재가 아닌데다 방위 사업이 알려지는 걸 꺼려해 그룹 자체가 홍보에 소극적입니다. 때문에 풍산이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풍산이 최근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한국경제인협회로 새 출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류 회장이 유력시 되면서 입니다.
 
류 회장이 미국 정재계와 긴밀한 것도 방위 산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여기에 집안의 인맥을 이어받아 미국 측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시 가문과 대를 이어 가깝게 지내는데, 류 회장의 미 인맥 대다수는 부시 가문을 통해 이뤄졌다고 합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류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정부와 미국과의 가교 역할을 했는데요. 역대 대통령 방미에 단골로 수행하는 경제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한미재계회의 7대 한국 측 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재계에선 '동전의 제왕'으로 불리며 활발한 '동전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년시절 유학으로 글로벌 경험을 쌓은 게 도움이 됐다고 하는데요. 일본에서 자란 류 회장은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녀 영어와 일어에 능통합니다. 일 년 중 절반을 미국 출장에 할애할 정도로 해외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45일 정도로 나눠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류 회장 부인은 고 노신영 전 국무총리 둘째 딸 노혜경(헬렌 노)씨입니다. 노 전 총리가 조지 H.W. 부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을 알고 있었고, 사위인 류 회장에게 소개해주면서 부시 가문과 친분을 쌓았다는 후문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류 회장은 2018년 타계한 아버지 부시를 '대디(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냈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 전 총리가 외무부 장관과 총리를 지내다보니 외교 인맥이 탄탄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는 "다만 집안 인맥을 이어받더라도 본인의 노력 없이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며 "류 회장이 해외 사정에 밝고 활달한 성격이다 보니 미 정재계 인사들과 깊은 교류가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해외 출장에 비서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짐을 들고 다닐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라고 했습니다.
 
풍산그룹은 혼맥으로 인해 정계 쪽 인사들과 인연이 깊습니다. 류 회장의 형이자 고 류찬우 창업주의 장남 류청씨는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딸 박근령씨와 결혼해 대통령가의 사위가 됩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파경을 맞게 되는데요. 류청씨는 일찌감치 사업에서 손을 떼 현재 그룹과의 교류는 없습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정치권과 재계에선 풍산그룹이 중량감이 다소 부족해 전경련 수장을 맡기기엔 미흡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미 정재계 마당발인 류 회장의 경쟁력이 전경련 수장으로 적합하다는 상반된 평가도 나옵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재계 70위권 방산 기업이 한국 재계를 대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업 규모가 작아서 리더십이 제한적일 수 있다. 전경련을 이끌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재계 관계자는 "류 회장이 나서는 성격은 아니다. 겸손하고 격의 없어 재계 오너들과도 친분이 두루 있는 편"이라며 "차기 회장 맡기를 꺼려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류 회장이 솔선수범하는 것만으로도 위상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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