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결에 노란봉투법 탄력…거부권 시 3권분립 훼손
법 취지와 비슷한 판례…사측의 노동자 손배 청구 까다롭게
6월 본회의 표결 이뤄질듯…대통령 거부권 시사에 야권 반발
2023-06-18 06:00:00 2023-06-18 06:00:00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오른쪽)을 비롯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대법원 3부는 쌍용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금속노조가 회사에 33억1천14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에 사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불법 행위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 입법에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다만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 판결로 힘 받는 노란봉투법…극명히 갈린 여야
 
18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5일 현대차가 비정규직지회 소속 노동자 A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20억원과 그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개별 노동자에 대한 사측 손해배상 청구를 더 까다롭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노란봉투법의 취지와 유사한 판례가 나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죠. 노란봉투법에는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는데요. 노동자가 노조 활동을 이유로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에 시달리지 않게 하겠다는 겁니다.
 
노란봉투법을 주도한 야당과 이를 반대해 온 여당의 반응도 극명히 엇갈렸습니다. 민주당 소속 환경노동위원들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은 1년여간 논의해 왔던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 취지와 명확히 부합한다”고 주장했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률적 판결보다 정치적 판결이며, 입법과 사법의 분리라는 헌법 원리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6월 본회의 처리 전망…윤 대통령 거부권 땐 '정국 격랑'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24일 국회 환노위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습니다. 본회의 회부 여부는 이달 마지막 주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결정될 전망입니다. 직회부 법안은 본회의에 오르기 전에 30일간의 숙려 기간을 가져야 하는데요. 이를 고려하면 6월 국회 내 본회의 상정과 처리가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환노위 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원내지도부와 긴밀히 협의해 최대한 빨리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당은 야권의 강행 처리에 맞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노란봉투법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져 통과된다 해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실도 지난달 노란봉투법을 두고 “노조와 사업자 간 갈등이 심하고, 사유재산권에 대한 헌법 체계를 흔드는 법안”이라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견제하고 나섰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입법 목적과 비슷한 판례가 나온 만큼,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는 입법부뿐 아니라 사법부를 무력화해 삼권분립을 뒤흔드는 결과로 치닫는다는 주장입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행정 권력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모두 거부하면 삼권분립이라는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