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코로나19가 엔데믹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지난 3년여간 수혜를 누렸던 업종들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중고거래도 그 중 하나인데요. 팬데믹 초창기인 지난 2020~2021년에는 매해 시장 규모가 몇 배씩 확대될 만큼 급속 성장기를 거쳤는데요. 최근에는 불경기까지 겹치면서 중고거래 시장의 열기는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고거래 업체들은 저마다의 생존 방정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은 동네 기반 커뮤니티로, 번개장터는 MZ세대를 겨냥한 명품·리셀 플랫폼으로 포지셔닝을 했지요. 성과도 어느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당근마켓은 '당근알바' 서비스를 통해 구인구직 플랫폼으로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고, '스니커즈 리셀'을 앞세운 번개장터는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이 1조원을 넘보는 수준으로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원조 중고거래 플랫폼이었던 중고나라는 다소 다른 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본연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지만, '중고거래=중고나라'라는 예년의 명성을 되찾기에는 특별한 '한방'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고나라의 지난해 매출은 10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도의 86억6000만원 대비 16.7% 증가한 수준인데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 같지만 이 기간 영업손실이 12억원에서 95억원으로 8배 가까이 불어난 것을 감안한다면, 실속은 챙기지 못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광고선전비가 5억원에서 54억원으로, 경상연구개발비가 4억8000만원에서 20억7000만원으로 대폭 증가한 영향이 컸지요. 업계 1위인 당근마켓도 적자를 기록했으나 매출 규모가 크게 두 배가량 늘었기에, 중고나라가 상대적으로 더 부진해보입니다.
중고나라는 지난 1월 세븐일레븐과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를 론칭했다. (사진=중고나라)
중고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여러 변화를 맞았습니다. 온라인 카페로 시작해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정착시킨 이승우 대표가 물러난 것인데요. 2021년 3월 롯데쇼핑은 재무적투자자(FI)로 중고나라의 인수에 참여했습니다. 중고 시장의 가치를 미리 알아본 '선견지명'이라는 평이 당시에는 많았지요. 네이버 출신의 홍준 대표가 새롭게 중고나라를 이끌었습니다.
이후 중고나라는 스타트업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유아동 리세일 서비스 업체 코너마켓, 자전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롯데쇼핑의 투자가 있은 지 만 2년이 지났지만 중고나라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물음표가 많이 붙습니다. 지난 1월 세븐일레븐과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롯데와의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큰 시너지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운 상탭니다.
그나마 중고나라의 고질적 약점으로 지목됐던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거래가 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나라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8만6596명을 기록했습니다. 55만~60만 사이를 오가던 2021년 초반에 비해 30% 가까이 증가한 규모입니다. 같은 기간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의 이용자 수가 정체 혹은 감소했습니다. 중고나라 앱에서만 이용 가능한 자체 결제 시스템 '중고나라 페이'를 론칭하고 앱 사용 시 택배비를 지원하는 등 노력의 결실입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롯데와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투자 스타트업과 관련한 성과도 곧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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