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제주=강석영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제주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본경선 레이스에 돌입한 가운데, 김기현 후보의 '대통령 탄핵' 발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 등 경쟁 주자들은 "당을 분열의 늪으로 몰아놓고 있다"며 김 후보를 향해 날을 세운 반면,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세력은 옹호하며 진화에 나섰는데요. 유력 당권주자인 김·안 후보 간 공방전이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되며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당 내부에선 김 후보의 '대통령 탄핵' 발언에 대해 "피아 구분도 못 하고 있다"며 역풍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네거티브 수위가 계속 올라간다면 전당대회가 자중지란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총선 준비를 위해 '원팀'을 꾸려도 모자랄 판에 또다시 양쪽으로 갈려 내분이 짙어진다면 사실상 총선 패배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당대표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석영 기자)
'윤 대통령 탄핵' 전당대회 화두로…안철수·천하람 집중포화
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참석차 제주를 방문한 안 후보는 13일 4·3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의 탄핵 발언에 대해 "당을 분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김 후보가 탄핵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그는 첫 합동연설회에서도 김 후보를 향해 "줏대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당 대표, 힘 빌려 줄 세우기 시키고, 혼자 힘으로 설 수 없는 당 대표, 이런 당 대표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당대회 다크호스로 떠오른 천하람 후보 역시 공방을 이어갔는데요. 천 후부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대선에 욕심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면 (현 대통령) 탄핵까지 갈 수 있다 이런 얘기인데, 제가 알기로는 김 후보도 대선 욕심이 있다"면서 "결국은 '나 안 찍으면 당과 대통령이 굉장히 어지러워진다'고 하는 얕은 수의 협박을 당원들에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천 후보를 지원하는 이준석 전 대표도 같은 날 제주 4·3 유가족과의 간담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의 탄핵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다른 후보에게 가했던 일침처럼, 다른 후보(김 후보)에게도 재발방지에 대한 강한 요구를 전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 후보는 앞서 지난 11일 경기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린 경기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당 대표로) 곤란하다"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히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현재 경쟁 중인 안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습니다.
이에 안 후보는 곧바로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도대체 어떤 정신상태이길래 저런 망상을 하느냐"며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해도 여당 대표를 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을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공방을 벌였는데요. 그러면서 "전략적으로 당원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은 것 같은데 (김 후보가)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인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윤핵관' 장제원 대통령실 적극 엄호…김기현 "현직 대통령 얘기 아냐"
김 후보의 '탄핵' 발언 여파가 커지자 '윤핵관' 세력은 옹호하며 진화에 나섰는데요. 장제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이 분리되서 계속 충돌됐을 때 정권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됐고, 정권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를 강조한 발언"이라고 옹호했습니다. 대통령실 역시 "국정에 열심히 임하는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부정적인 여론을 차단하는 모양새인데요.
김 후보는 자신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과거 얘기'라고 맞섰습니다. 그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다시는 그런 (대통령 탄핵) 과거를 우리가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한 건데, (안 후보 등이) 그걸 마치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우려된다 이런 식으로 곡해를 했다"며 "경쟁 후보들 입장에선 마음이 다급하실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의 대표가 되시겠다는 분이 없는 말을 자꾸 왜곡, 곡해를 하면서 당내에 흠집을 내는 모습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는 이어 경쟁 후보 측의 비판과 사과 요구에 대해서도 "상대 후보들이야 선거 캠페인 차원에서 언론에서 제일 앞서고 있다고 보도되는 저와 계속해서 이슈를 제기하면 본인에게 유리하니까 선거 전략상 그렇게 할 수 있다"며 "그렇더라도 불필요한 내부 분란을 좀 덜 일으키는 쪽으로 하면 더 보기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날 제주를 시작으로 전당대회 권역별 합동연설회가 시작됐는데요.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 만에 열린 합동연설회는 당원과 당직자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각 당권주자들은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는데요. 김 후보는 보수 정체성을, 안 후보는 수도권 실력론을, 천 후보는 보수의 책임을, 황 후보는 정통보수를 내세워 당심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제주=강석영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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