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로 촉발된 나경원 전 의원과 친윤(친윤석열) 진영 간 충돌이 날로 격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의 갈등은 '충신 대 간신' 논쟁으로까지 번졌는데요.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놓고 쪼개져 이전투구로 흐르는 데 대해 당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2 진박감별사" vs "제2 유승민"…나경원·친윤 갈등 고조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전 의원과 장 의원은 지난 주말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난타전을 벌였는데요. 나 전 의원은 지난 15일 SNS를 통해 "제2의 진박(진짜 친박근혜·진실한 친박근혜)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2016년의 악몽이 떠오릅니다"라며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앞서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대사직에서 해임한 뒤, 장 의원이 나 전 의원을 향해 "위선적 태도"(13일), "정치 신파극"(14일)이라며 공격한 데 대한 반격인데요.
주목해야 할 점은 '진박 감별사' 발언입니다. 이 같은 발언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당내 친박(친박근혜)계가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비박(비박근혜)계와 갈등으로 공천 파동을 일으켰고, 결국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했던 일을 일컫는데요. 나 전 의원 본인을 '비윤(비윤석열)'을 넘어 '반윤(반윤석열)'이라 칭하며 깎아내리는 친윤계를 박근혜 정부 당시 친박계에 비유함으로써 내년 총선에서도 친윤계 주도의 공천 갈등이 있을 것을 우려한다는 대목으로도 읽힙니다.
이에 장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그는 SNS를 통해 "저는 '제2 진박감별사'가 될 생각이 결코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저격했는데요. 이어 "윤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든 없든지 간에 '꼭 내가 당 대표가 되어서 골을 넣어야겠다', '스타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필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나경원, 공방 격화에도 윤 대통령 '충심' 강조
나 전 의원의 친윤계와 '선 긋기'는 이날도 지속됐는데요. 나 전 의원은 SNS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서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데 대해 "윤 대통령께서 순방 이틀 만에 4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며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UAE의 40조원 투자 결정은 정권교체와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이끌어낸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친윤계가 나 전 의원을 잇따라 저격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충심을 강조하며 '반윤' 이미지를 희석화하는 전략으로 해석되는데요. 특히 윤 대통령을 추켜세움으로써 친윤과 윤 대통령을 분리대응하겠다는 의도로도 엿보입니다. 결국 친윤 행보가 윤 대통령을 위한 충정이 아니라 권력욕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본인이 진정한 윤 대통령 성공을 지원할 당대표임을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그 동안 지지율 선두였던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실제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250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515명에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에 대한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 등을 조사한 결과, 친윤계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이 32.5%로 1위를 기록했다고 지난 14일 밝혔습니다. 나 전 의원은 26.9%로 2위를 기록했는데요.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지지도 조사에서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분리대응한 딜레마가 커질 수 밖에 없는데요. 사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분리대응한 것은 윤 대통령의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실제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4주 연속 지켜온 40%대의 지지선이 무너졌는데요. 지난 9~13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3%, 부정 평가는 58.4%로 집계됐습니다. 나 전 의원과 친윤계 간 갈등 격화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양측 다 공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갈등 격화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자는 물론 당원들은 앞으로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며 "윤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뛴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모두가 다 '친윤'"이라고 강조하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성당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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