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매트릭스 구조'로 조직개편을 하는 안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태와 관련해 이상률 원장이 직접 입을 열었습니다. 이 원장은 문제를 제기한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과 대화는 지속하겠지만 매트리스형 조직으로의 전환을 되돌릴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항우연의 내홍을 "해보지 않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로 치부했는데요. 이달 안에는 논란을 마무리짓고 누리호 3차 발사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는 누리호와 다누리 발사 성공 등 좋은 일도 많았었지만 염려할 만한 일도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항우연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인데요. 누리호의 성공 직후 젊은 연구원들의 처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실시한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잡음이 일었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1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나 조직개편에 반발해 사퇴서를 제출한 고정환 본부장과의 갈등 해소 노력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습니다. 하루만에 모든 것을 다 풀 수는 없는 문제인 만큼 우선 대화의 물꼬를 트고 이견을 좁히기 위한 구체적인 대화를 하려 노력했다는 겁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국장도 나서 대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원장은 고 본부장과 대화하면서 인력이 문제라면 얼마든지 지원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습니다. 다만 갈등의 골이 깊은 직제 부분에 대해서는 항우연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외부의 승인이 필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합니다. 어쨌건 오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논의가) 무한정 늘어진다고 보면 계속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결정하는 시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만간 사태를 마무리할 계획임을 시사했습니다. 누리호 3차 발사를 5월 초 정도로 예정하고 있는데, 2개월 전부터 발사 운영 조직을 구성해야 함을 감안하면 늦어도 2월에는 정상 업무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원장은 과거 위성 개발을 단일 사업에서 복수 사업으로 전환했을 때의 경험, 달 궤도선 다누리의 사업단장을 맡았을 때의 경험 등을 예로 들며 이번 '조직개편 내홍'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항공 우주쪽의 대부분 분야에서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매트릭스 조직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결국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얘깁니다.
젊은 연구원 처우 개선 문제는 초봉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항우연의 초임 연구원 연봉이 전체 25개 연구기관 중 21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를 몇 백만원만 올려줘도 순위는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3800만원 수준인 초임 연구원 연봉을 올해에는 4200만원으로 400만원가량 인상한다면 15~16위까지는 순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추산입니다.
다만 전반적인 인건비 상향은 항우연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관의 가치를 높이는 데 우선 주력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원장은 "우주항공청이 생기면서 (항우연의) 소속과 임무 등이 달라진다면 정식 건의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의 경쟁력을 높여 기관의 가치를 제고하는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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