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얻은 김기현 의원은 9일 현역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캠프 개소식을 열었다. ‘수도권 대표론’ 선두인 안철수 의원은 같은 날 당 대표 출마를 공식 발표하며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70석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목은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쏠려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심 1위’를 달리는 나 부위원장은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하지만 최근 저출생 대책을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친윤계에 집단 매도를 당하고 있다. 사실상 코너에 몰린 셈이다. '친윤(친윤석열)계 vs 나경원' 구도 속 ‘비윤(비윤석열)계’ 핵심인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와 2030세대 당원들의 표심도 판세를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①‘당심 1위’ 나경원 종착지
국민의힘 당권 최대 변수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다. 나 부위원장은 최근까지 관전만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5일 저출생 대책으로 ‘출산 시 대출금 탕감’ 방안을 언급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통령실은 이튿날 “정부 정책과 무관하다”고 공개 반박했다. 나 부위원장은 황급히 대통령실 우려를 이해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거세졌다. 대통령실은 즉각 “자기 정치”, “대단히 실망” 등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나 부위원장 출마에 부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나 부위원장을 향한 비토가 쏟아졌다. 친윤계 김정재 의원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를 압박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재오 당 상임고문 등도 “한 자리에만 충실하라”고 지적했다. 나 부위원장의 해촉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 부위원장은 이날 외부 일정을 취소한 채 장고에 들어갔다.
②김기현, ‘친윤 단독 후보’ 될까
나 부위원장이 불출마할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건 김기현 의원이다. 강한 보수 이미지는 비슷한데 인지도에서 나 부위원장에게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기세를 몰아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중요성을 나 부위원장이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도가 낮은 김 의원의 무기는 ‘윤심’이다. 일찍이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지목된 장제원 의원과 이른바 ‘김장 연대’를 결성하면서 친윤계 후보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날 김 의원 캠프 개소식에 친윤계 의워들이 대거 참석, 윤심의 저력을 보여줬다. 압도적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결선투표에 올라가면 결국 당심은 윤심을 따라가지 않겠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김 의원 반대 측에선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청와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서청원 당시 의원이 아닌 김무성 의원이 당선됐다며 윤심을 평가 절하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마련된 전당대회 경선 캠프인 '이기는 캠프 5560' 개소식에 앞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민심 1위’ 유승민, 참전할까
고민이 깊은 건 나 부위원장뿐만이 아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윤 대통령과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실망한 지지층 표가 결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심 100% 반영,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전당대회 규칙 변경으로 유 전 의원의 승리 가능성은 작게 점쳐지고 있다. 당심 조사에서 낮은 지지율을 보인 유 전 의원의 불출마 얘기도 적지 않게 나온다. 유 전 의원이 불출마할 경우 안철수 의원에게 비윤계 표가 갈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10~11일 1박2일의 대구 일정 과정에서 출마 속내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④100만 당원 중 ‘MZ세대 표심’은 어디로
MZ(2030대)세대 표심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처음 언급하면서 당권 변수로 급부상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20대 유권자들이 캐스팅보트가 됐던 만큼 이번 선거에서도 이들 표심을 얻기 위한 당권주자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준석 체제 전후로 MZ세대 당원이 급증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국민의힘 책임당원 78만명 중 20대 비율은 약 8%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30대도 10% 정도로 늘어났다. 40대까지 포함하면 3명 중 1명꼴에 달한다.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일회성 이벤트보다 지난 선거와 탄핵을 부정하는 등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3월 8월 전당대회 때 책임당원 수는 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 MZ세대 파괴력은 어느 때보다 클 전망이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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