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장제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선으로 후퇴했던 장제원 의원이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장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웃기고 있네' 필담을 나눈 김은혜·강승규 대통령실 수석을 퇴장시킨 것과 관련해 운영위원장인 주호영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원조 윤핵관의 복귀였다.
장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담 가지고 두 번을 세워서 사과시켰다. 벌을 두 번 준 것이다. 대통령 수석 참모인데 퇴장을 시킨다는 게…"라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협치, 좋은데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가 뭘 얻었나. 대통령 시정연설 오셨을 때 민주당 들어왔나. 정부조직법 관련해서 한 발짝 진척이 있나. 예산 관련 접점이 있나. 이렇게 된 상황에서 우리가 운영위를 여당 몫으로 갖고 있는 게 딱 하나 대통령실이다. 근데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고 했다.
이어 "의원들 사이에 부글부글했다"며 주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불만 기류도 전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가)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걱정이 된다"며 "원내지도부를 한 번 더 준 건 오로지 정기국회를 잘 돌파하고 야당의 정치 공세를 막고 자존심 지키면서, 소수 여당이니까, 자존심 지키면서 성과 내자, 그래서 경륜이 필요하다는 거 아니겠나. 지금 드러난 걸 보면 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 8월31일 "최근 당의 혼란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낀다"며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했다. 이어 "계파활동으로 비쳐질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며 "윤석열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이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이 과정에서 '브라더'였던 권성동 의원과의 충돌도 빚어졌다. 무엇보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시절 주도했던 내각 및 대통령실 인사 관련 잡음과 후유증이 터지면서 장 의원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 예전만은 못했다는 분석이 더해졌다.
그랬던 장 의원이 다시 윤핵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특히 윤 대통령이 최근 친윤계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태원 참사에 대한 당의 대응에 불만을 터트렸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매가리' 이런 말 평소에 안 쓴다. 그건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고 자신하는가 하면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는 등 예전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자신만만했던 모습을 되찾았다. 이태원 참사를 다뤘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세월호 선장보다 더하다"며 현장 치안을 책임졌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경찰에 참사 책임을 물은 것과 결이 같았다.
권성동 강원도 국회의원협의회 회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원도·국회의원협의회 국비확보 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옆으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 의원과 함께 원조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도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주고받았던 '내부총질 당대표' 메시지가 유출, 이준석 전 대표를 전선 한 가운데로 끌어들였고 이는 자신의 대표대행 체제 마감으로 이어졌다.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지만 법원의 제동으로 당이 그야말로 '비상상황'에 접어들었고 이에 원내대표 직까지 내려놔야 했던 그였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가 했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선명하고 강경한 발언을 내놓으며 정쟁의 중심에 다시 섰다.
10일 윤 대통령 순방 전용기에 MBC 취재진 동승을 불허과 관련해 종일 논란이 끊이질 않자, 국회 과학기술정보정보방송통신위에서 "언론의 탈을 썼다고 다 언론이 아니다"며 "편파와 왜곡 방송을 일삼는 MBC를 언론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저는 부끄럽다. 과연 MBC를 언론으로 규정하는 게 맞나,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게 맞나.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는 극단적 발언까지 내놨다. 지난 9월 미국 순방 과정에서 있었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을 자막을 입혀 첫 보도한 MBC에 대한 노골적 불만으로, 이 역시 윤심을 잘 알기에 발언의 수위도 높일 수 있었다.
이 전 대표가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야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와 관련해 '검수완박' 개정이 먼저라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을 잇는 등 국정조사 가능성을 열어뒀던 주호영 원내대표와 뚜렷한 입장 차를 보이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주사파 등 극단적 색깔론을 통해 윤 대통령의 우경화 발언과 보조를 맞추기도 했다.
장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한 10일, 비례대표 초선인 이용 의원도 주 원내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이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사전에 준비된 입장문을 꺼내 읽으면서 주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맡은 대표적 친윤계 중 한 명이다. 당 관계자들은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 5선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일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으며 '윤심'이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비윤계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 엄호에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11일 CBS라디오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두 수석을)퇴장시킨 게 적절하다"고 공개적으로 옹호했고, 이름 밝히기를 꺼려 한 중진 의원들 다수는 윤심이 당을 좌우하는 현 상황이 내년 초 있을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며 씁쓸함을 삼켰다. 윤 대통령은 당정분리를 원칙으로 내걸었지만, 권성동 의원과 주고받은 문젱의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확인이 되듯 당무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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