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참사 열흘 만에 첫 추궁…이상민 "참사 수준의 사고" 인정

"국가 역할했다면 참사 없었나" 질의에 "그렇게 판단" 인정사퇴, 법적 책임에선 선 그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태원 참사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 만인 7일, 국회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윤희근 경찰청장·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관계 기관장들에 대한 첫 추궁의 시간이 있었다. 참사의 원인은 경찰인력 문제가 아니라던 이상민 장관은 관계 기관이 제 역할을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거취 문제와 형사적 책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질의를 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등 참사 관련 주무 부처 기관장들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후 열흘 만에 열린 자리다.

 

이상민 장관은 '정부·지자체·경찰이 본연의 역할을 했다면 156명이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나'라는 최기상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현재로선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이 거취를 압박하자 "현재로선 현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표명했다. 참사 후 대통령에게 사퇴를 표명한 적도 없고, 관련해 대통령실과 논의한 적도 없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송재호 민주당 의원이 법적 책임을 묻자 "진상이 조사 중이니 그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번 참사에서 처음 문제로 지적된 건 '사전 대비'이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리는 핼러윈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모여들 것이 예상됐음에도 관계기관에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참사 직후 첫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 당일 인파가 평년과 유사하다'고 해 물의를 빚었던 이 장관은 "공식 보고받은 바 없고 저도 언론에서 이야기된 걸 받았다"고 말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코로나 때보다 많은 인원을 예측했다"면서도 "주민들로부터 10시15분에 문자를 받았다"며 현장에 배치됐던 구청 공무원들의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애통함, 책임감에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이냐'라고 묻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엔 "여러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해 마음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경찰이)핼러윈 관련 대책을 세운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김 청장은 "지난달 17일과 24일, 27일 3차례에 걸쳐 최종 137명이 배치됐다"며 "집회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 수사부장에게 전화해 형사 50명이 추가배치됐다"고 답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참사 직후 경찰의 지휘보고 체계가 무너진 정황이 공개되는 등 사후 대응에 대해서도 여론의 질타가 있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녹사평역에 경찰 1개 중대가,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동엔 집회시위가 없었는데 2개 중대가 있었다. 빈집인 관저에 200명 기동대가 있었다. 이 병력들의 1개 중대만이라도 투입됐다면 이 사태를 막았다는 데 동의하냐"고 지적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112)상황실에서 빨리 인지했더라면(하는) 진한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경찰 인력이 마약 단속에 집중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김광호 서울청장은 "마약에 상당한 비중이 있던 건 맞다"면서도 "다만 서울청은 지난 7월부터 특별히 단속을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조5천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마련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문제가 됐지만, 책임자인 이상민 장관은 "현장을 지휘하지 않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