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글로벌 빅테크에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트리거가 된 경기 둔화 우려가 실적 부진으로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날았던 기업들이 엔데믹 돌입과 함께 가라앉는 분위기다. 올 들어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져 수천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2020년 4월 이후 31개월만에 '1조달러 클럽'에서 퇴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완화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가는 등 트렌드 변화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며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다. 아마존의 주가는 올해에만 47% 떨어지며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회사 측은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하락 그래프 앞으로 아마존의 로고가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주가는 올해에만 47% 감소해 시가총액 1조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시총 1조달러 클럽에서 모습을 감춘 곳은 아마존뿐 아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 플랫폼은 지난해 8월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긴 직후부터 하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 메타의 주가는 74% 급락했다. 애플(-24%), 마이크로소프트(-37%), 알파벳(-44%), 테슬라(-37%), 넷플릭스(-55%) 등 주요 기술주의 낙폭을 단연 압도한다. CNBC 등에 따르면 이들 7대 빅테크의 시가총액은 지난 1년 사이 3조415억달러(약 4300조원)가 감소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빅테크 양대 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반등의 기미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놓고 다투던 모습과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4일 종가 기준으로 네이버는 시가총액 순위 9위, 카카오는 13위에 랭크됐다.
더욱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의 부진까지 더하면 낙폭이 더 두드러진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 그룹주의 시가총액은 37조3902억원으로 연초의 110조5376억원 대비 66.2%(73조1473억원) 감소했다. 30개 대기업 집단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순위도 5위에서 7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네이버의 시총은 61조6824억원에서 26조2478억원으로 57.4%(35조4346억원) 줄었다.
이런 가운데 오는 7일 3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네이버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3일 발표된 카카오의 실적에서 광고 시장 둔화가 확인됐는데, 광고와 커머스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네이버도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3분기 매출은 2조780억원, 영업이익은 326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하겠지만 영업이익은 7%가량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가 이보다 더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발표한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가 중장기 성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당장의 수익 개선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진단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연달아 하향 조정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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