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사망자만 156명…질의 없이 끝난 국회 보고
용혜인 "아무 말 없이 추모만 하라는 뜻이냐"…민주당, 간사 합의해놓고 뒤늦게 문제제기
2022-11-01 17:07:05 2022-11-01 21:14:39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에 앞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태원 참사 관련해 1일 행정안전부·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국회 현안 보고가 이어졌다. 이번 참사로 156명이 목숨을 잃는 등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전 국민의 이목이 국회로 쏠렸지만, 여야 합의로 업무보고만 받고 별도의 질의 없이 서둘러 회의가 마무리됐다. 여야 모두 참사 대응에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남화영 소방청 차장(청장 직무대리)으로부터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보고를 받았다.
 
현안 보고에 앞서 이상민 장관은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재차 유감을 표했다. 이 장관은 "가족을 잃은 유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들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이 점 다시 한 번 유감의 말씀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경찰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 발표 전까지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을 삼가자는 취지"였다고 논란이 된 발언을 해명하며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무한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안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장관의 사과는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었다"는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긴급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해 대비 소홀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며 "어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병력들이 분산됐던 그런 측면이 있었다"고 말해 비판에 휩싸였다.
 
이어진 현안 보고는 사고 개요, 주요 조치사항, 향후 계획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실이 대부분이었고, 참사가 발생하기 전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참사 원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에 앞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이 장관은 '경찰·소방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경찰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상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사진=뉴시스)
 
여야 의원들의 질의도 없었다. 이날 전체회의는 여야 간사 합의로 질의 없이 업무보고만 받는 것을 전제로 개최됐다. 이채익 위원장은 현안 보고에 앞서 "정부의 사고 수습에 국회가 적극 협조한다는 의미에서 현안 보고 내용에 대한 질의를 실시하지 않기로 위원장, 여야 간사 합의가 있었다"며 "지금은 추모와 애도의 기간이다. 사고 원인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등 국회 차원 논의는 정부의 사고 수습 이후 충분히 실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강하게 항의했다. 용 의원은 "아무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추모만 하라는 윤석열정부 방침에 국회가 왜 들러리 서야 하냐"며 "당연히 따져물어야 할 원인 규명을 정쟁으로 몰아가면 어쩌냐. 여기 정쟁하러 온 국회의원들 아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도 "(관계기관의)보고 사항 중에 우리가 모르는 사안이 있나"라며 "국민의 소리가 무엇인지 담아야 하지 않겠나. 책임있는 추모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반발에 가세했다.
 
민주당 소속 김교흥 간사는 "(이상민)장관의 보고가 너무 평이했다", "(보고 내용에서 사고 원인 등이 제외돼)답답하고 안타까웠다"면서도 "빠른 시간 내 다음 주 현안 질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명명백백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채익 위원장은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는)11월5일 이후 여야 간사 협의로 빠른 시일 내 의사일정을 잡아서 현안 질의하겠다"며 서둘러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날 회의는 40여분 만에 종료됐다.
 
앞서 이상민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는 등 이날 현안보고가 피상적으로 이뤄질 것이 예상됐음에도 민주당은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 김교흥 간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무 상임위가 그냥 있을 수 없고 국민께 보고해야 했기에 질의 없이 장관과 청장 등이 와서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 보고는 이 사태가 터진 원인과 상황, 앞으로 대책 등이 거의 다 빠졌다"며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뒤늦게 지적했다. 이어 "현안 질의를 통해 법적으로 책임 물을 사람은 묻고, 대통령 사과가 있어야 한다. 사퇴할 사람은 사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 또한 '사망자'로 명명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관련 브리핑에서도 '이태원 사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합동분향소조차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고 명명한 상황이다.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는 지난달 30일 이상민 장관의 발언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이 장관은 비판 여론이 커지자 마지못해 행안부를 통해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도 지난달 31일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들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다"며 이 장관의 발언을 두둔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추궁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공세의 사전 차단에 주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일 이태원 참사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자 "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오는 5일까지)국가 애도기간이니 정쟁을 지양하고 사고 원인이나 책임 부분은 그 이후에 논의될 것"이라고 미뤘다. 앞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거듭 "지금은 추궁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정부의 사고 수습에 힘을 보탤 뜻을 명확히 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