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2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강원도 보증 채무 상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강원도교육청)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자금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김진태발 역풍'이 불어닥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50조원+α'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풀면서 급한 불은 껐으나 한·미 기준금리 인상 등 여전히 자금시장은 불안정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윤석열정부의 경제참사"라며 공세에 나섰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시대 모든 관심이 민생에 쏠린 상황에서 경제로 무너질 수 없다는 위기감에 국민의힘은 전 정권 탓하기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강원도는 27일 레고랜드 개발사업 시행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보증 채무 전액인 2050억원을 오는 12월15일까지 갚겠다고 밝혔다. 김진태 지사가 지난달 28일 GCJ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채권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자 입장을 번복, 내년 1월25일까지 갚겠다며 진화에 나섰고 이날 올해 안으로 갚겠다며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정부 대책으로 시장 공포는 다소 누그러졌으나 여전히 금융위기는 잠재돼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지난 26일 이를 '김진태 사태'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레고랜드 사태를 "'무능, 무책임, 무대책' 3무 정권의 대표적 사례"라며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한 거냐. 심각한 상황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진태양난'이라며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윤석열정부의 책임이 크다. 추경호 부총리는 뒷짐만 지며 2주 넘게 허송세월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이재명 대표가 금융시장 불안감을 키운다"며 방어에 나섰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가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 오자, 경제위기를 조장하는 '셀프 방탄'에 나섰다"고 성토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레고랜드' 사태를 정쟁 삼아 목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금융시장의 불안감만 커질 뿐"이라며 "'레고랜드 사태'를 키운 장본인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감사원의 경고도 무시한 최문순 전 지사"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김진태 지사에 대해 쓴소리를 했던 국민의힘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4일 "강원도가 채무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이행 발표로 불신을 키운 점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나비의 날개가 태풍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가 집권하고 우리가 도정을 맡으면 결과의 나쁜 것까지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민생파탄' 규탄대회에 나서는 등 대정부 투쟁의 불씨를 피우자 급격히 태도를 전환했다. 주 원내대표는 26일 취재진과 만나 "레고랜드가 이 지경에 이른 과정 자체가 복잡하다"며 "최문순 전 지사가 다 주도해온 것 아닌가. 민주당이 그런 걸 잘 알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당으로선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레고랜드 사태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에도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민생 경제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지지율 반등에 나서야 한다는 위기감이 크다. 그런 와중에 정부는 안이한 인식과 대처로 레고랜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대응이 부실하고 늦었다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인정했다. 자칫하면 '경제는 보수'라는 생각이 깨지고 경제마저 무능하다는 인식이 확산할 우려마저 생기자 여당에서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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