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내 유일의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가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유증 기준일은 지났으나 아직 신주인수권을 매수해 증자에 올라탈 방법은 있다. 하지만 연말 배당을 받기 위한 증자 참여라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보다 나은 종목들이 있어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맥쿼리인프라(088980)는 부산항 신항의 제2배후도로(1107억원) 투자와 동북선도시철도(827억원) 민간투자사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주주 배정 비율은 6.6%, 즉 1000주당 66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증자 기준일은 이미 지난달 11일로 지났기 때문에 지금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매수해도 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를 받을 수는 없다. 대신 주주들에게 증자 참여용으로 나눠준 신주인수권 ‘맥쿼리인프라 6R’이 증시에 상장돼 내일(4일)까지 거래될 예정이므로 그 안에 매수하면 된다.
물론 유상이므로 청약증거금도 필요하다. 15일에 주주 대상 청약이 진행될 예정인데 이때 계좌에 청약대금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다. 예수금이 모자라다면 추가로 입금해야 한다.
맥쿼리인프라가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할 예정인 부산항신항 배후도로. <출처: 맥쿼리인프라 홈페이지>
맥쿼리인프라는 주당 유증 가액을 오는 9일에 확정할 예정이다. 1차 발행가액은 1만700원으로 공시됐다. 1차 기준가 1만971원에 유상증자 비율 6.6%, 할인율 2.5%를 적용해 산출한 가격이다.
유증에 참여해 신주를 받을 생각이라면 기존 주주는 아무것도 안 하면 되고, 신규 투자자는 지금 바로 맥쿼리인프라 6R을 매수하면 된다. 그후 청약일(15일)에 증권사에서 청약의사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을 때 신청하거나 HTS에서 직접 입력하면 된다.
그렇다면 맥쿼리인프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투자가치가 있을까? 시장에서 신주인수권 맥쿼리인프라 6R을 매수해 청약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을 따져보자.
예정 발행가액은 주당 1만700원이다. 현재 맥쿼리인프라는 1만850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단 시장가격보다는 150원 싸 보인다.
하지만 신주인수권 매수에도 자금이 들어간다. 맥쿼리인프라 6R은 11월30일 상장 첫날 155원으로 마감했지만 지금은 111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다시 말해 주당 111원을 주고 신주인수권을 사서 주당 1만700원의 청약대금을 지불하고 1만850원짜리 주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주가가 지금처럼 낮게 유지될 경우 2차 기준가 하락으로 유증 확정가도 50~150원 더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신주는 내년에나 상장되기 때문에 그 사이 주가가 조금만 하락해도 손해를 볼 텐데, 적은 차익을 얻자고 이런 위험을 부담할 가치가 있을까?
투자자들도 소폭 할인된 신주 발행가를 보고 유증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관심은 배당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유증으로 발행되는 신주는 내년부터 거래가 가능하지만 연말을 기준해 지급하는 하반기 배당금은 똑같이 받을 수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매년 고배당을 실시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주당 360원을 배당했다. 하반기엔 유증 때문에 배당할 주식 수가 늘어 주당 배당금은 줄어들겠지만, 기존 투자자들로서는 배당수입을 유지하려면 유증에 참여해 그만큼 주식 수를 늘려야 한다.
다만 여기에서 생각해 볼 부분은 이 배당금이 하반기 배당금이라는 점이다. 연환산 수익률이 6.7%라도 당장의 투자수익률은 그 절반에 그친다.
그렇다면 배당금을 노리는 투자자, 특히 장기 보유자가 아닌 단기 투자자라면 이번 유증에 참여할 돈으로 맥쿼리인프라와 비슷한
맵스리얼티1(094800) 같은 종목을 매수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맵스리얼티는 중간배당 없이 연말에 배당을 몰아서 준다. 지난해 결산에서는 주당 247원을 배당했다. 현재 주가가 4080원이므로 6%에 달하는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상장펀드의 모체인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1 펀드는 미래에셋대우의 본사 빌딩인 센터원의 주인이다. 또한 분당 서현역과 판교역 부근의 빌딩에도 투자 중이다. 해외 투자자산인 브라질 상파울루 호사베라타워가 자산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손실을 보고 있는데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분배금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뚝 잘라 주당 200원만 받아도 연말 배당으로는 맥쿼리인프라보다 유리하다.
맵스리얼티는 최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 소재한 페덱스 그라운드허브 물류시설에 약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투자 범위를 물류센터로 확장하는 행보다.
맥쿼리인프라 대신 맵스리얼티 투자는 올해 연말 배당을 목적으로 한 단기 투자자들에게 국한된 전략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종목 특성상 장기 투자자들이 많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보유하며 배당을 받을 테니 유증을 받는 편이 낫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맥쿼리인프라가 이번 증자를 계기로 미래 현금흐름과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며 1만2300원이었던 목표주가를 1만3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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