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두나무가
NAVER(035420)(네이버)의 손자회사로 흡수된다는 소식에 양사 주주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합병비율은 나오지도 않았지만 가상자산 1등 기업을 보유한 두나무를 품게 된 네이버 주주들은 환호한 반면, 기업공개(IPO)를 기다리던 두나무 주주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노했습니다. 이 같은 반응은 주가에도 반영돼 이틀 사이 네이버는 강세를 보였고 두나무 장외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가 반등하는 등 크게 출렁였습니다.
네이버 웃고 두나무 울고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강세로 출발했다가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이날 코스피가 3% 가까이 급락하는 등 시장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기록한 상승이며 전일 11.40% 급등세에 이어 이틀째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네이버의 강세는 전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두나무 편입 뉴스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됩니다. 이에 네이버도 포괄적인 주식 교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공시, 사실상 보도 내용을 인정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89.21%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두나무는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됩니다.
이 소식에 네이버는 주가 급등으로 답했습니다. 네이버의 기존 사업에 가상자산 시장에서 절대 지배력을 보유한 두나무가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특히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논의가 시작돼 두나무로선 기대감이 큰 상황인데요. 네이버가 자회사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면 사업 확장성과 시너지 등에서 큰 힘을 얻게 됩니다. 쇼핑·금융·가상자산 거래를 아우르는 디지털 금융사업자로서 경쟁력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나무 주주들은 웃지 못했습니다. 기사가 보도된 25일 장외 시장에선 두나무 거래가격이 곤두박질쳤습니다. 24일만 해도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두나무 주가(기준가)는 34만5000원이었습니다. 8월엔 20만원대 중반을 오가던 주가가 8월 하순부터 오르기 시작해 35만원 부근에 안착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25일 오전 보도와 함께 매도가 쏟아지면서 주가도 급락 반전했습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앱 매매 주문에 오류가 생길 정도로 매도세가 몰렸습니다.
이에 오전 한때 두나무 시세는 28만원까지 급락했는데요. 다행히 오후에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30만원대로 반등, 이날 기준가도 30만8000원으로 기록됐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장외주식인데 소액주주 1만명
두나무의 주식 거래가 많았던 것은 두나무가 비상장기업임에도 비교적 주식이 고루 분포된 까닭입니다. 두나무의 발행주식 상당수는 대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송치형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이 25.53% 지분을, 김형년 부회장이 13.11%, 카카오인베스트먼트 10.59%, 우리기술투자 7.2%, 한화투자증권 5.94% 등이 대주주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하지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의 소액주주도 1만823명에 달하며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전체 34209만주의 23.76%에 해당하는 812만주에 이릅니다. 비상장기업치곤 주주 수와 거래 가능 주식 규모가 결코 적지 않습니다.
25일 증권플러스 비상장 앱에서 거래된 두나무 주식은 4만6328주입니다. 평소 일일 거래량의 10배가 훌쩍 넘습니다. 두나무에서 만든 이 플랫폼에선 두나무 주식을 일반인이 거래 가능한 종목으로 분류, 거래가 급증하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두나무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주주 수와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주주 수가 많다는 것은 이런 사안에 대한 반발도 크다는 의미입니다. 두나무 투자자들은 두나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두나무가 한국이든 미국이든 주식시장 공모를 통해 단숨에 재평가받길 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네이버파이낸셜 자회사로 편입된다는 소식이 나오자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 것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상장 가능…‘나쁘지 않아’
예정대로 두나무가 네이버 그늘 아래로 들어갈 경우 두나무 주주들로선 당분간 IPO에 대한 꿈을 미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나무는 손자회사의 사업가치로 평가돼 네이버 주가에 간접적인 영향만 미치게 됩니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 역시 상장 가능성이 있고 추진설도 있기에 상장을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그렇기에 이번 양사의 주식 교환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은 합병비율, 즉 두나무 주식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주식을 몇 주 지급할 것인가입니다. 구체적인 협상안이나 교환 비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각자 몸값을 얼마로 평가할지가 핵심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라는 뒷배가 있지만 각사의 덩치만 비교할 경우 두나무가 훨씬 큽니다. 자본총계만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3배를 넘습니다. 또 매출(영업수익) 규모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아도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시장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결과 이익 차이는 더 벌어졌습니다.<그래프 참조>
현재 시장에서 평가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몸값은 7조~10조원 규모입니다. 이에 비해 두나무 시가총액은 25일 기준가 반영할 경우 11조원을 밑돕니다. 당연히 두나무의 몸값은 이보다 할증할 전망인데요. 어느 정도 높일지가 관건입니다.
또 그에 따라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주식을 교환하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 네이버의 지분율(89.21%)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송 회장 등 기존 두나무의 주요 주주들이 갖게 될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주주들 중 엑시트만 없다면 이들의 합산 지분율이 네이버와 비등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는 양사의 주식 교환 비율에 따라 좌우될 예정입니다.
이에 25일만 해도 두나무 경영진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던 주주들도 하루 새 네이버파이낸셜로 갈아탄 후 상장할 경우의 유불리를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분위기 변화에 주가도 반응해, 두나무의 장외 거래가는 34만~35만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머지않아 양사는 합의 내용을 공개할 텐데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 교환 비율에 따라 두나무 주주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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